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지난 글에 이어 필자가 제시한 한국인의 종교심성으로서의 ‘통종교’에 대한 설명과, 그에 앞서 지금 광범위하게 급속도로 진행되는 탈종교화 현상은 어떤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기로 하자.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조사·발표한 2023년 통계를 보면 “한국인 전체 중에서 종교인은 36.6%, 무종교인은 63.4%에 이른다”고 한다. 2017년부터 종교과 무종교인 비율의 전환점이 일어나더니 점점 가속화되고 있으며, 특히 20대의 종교인 비율은 20%도 안 되고 30대도 25% 미만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종교인구 비율이 80%에 이른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한국의 탈종교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탈종교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탈종교화는 영어로 디릴리져나이제이션(De-Religionization)이라고 표현된다. 하지만 영어의 릴리전(Religion) 과 그 번역인 ‘종교’의 의미는 꼭 일치하지 않는다. Religion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뉘지만, 대체로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서구종교적 전통에서 신과 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차원으로 사용된다. 이와 달리 불교나 유교 등 동양종교적 전통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전제도 없고, 심지어 초월적인 힘에 대한 비중도 크지 않다. 그래서 지금의 탈종교화 현상은 ‘우선 신 존재에 대한 회의, 유일신 종교의 쇠퇴, 또는 탈신성화’에 가깝다. 
 

그러나 한국사회, 특히 젊은 층에서 종교인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거의 소멸로 치닫는 현상은 단순히 이렇게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 더구나 그들이 종교를 믿지 않는 것에 대한 이유로 그냥 ‘관심이 없어서’라고 하는 대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너무 많은 불신과 실망으로, 또는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아예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상태라 보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2030 젊은 층에게 근본적인 질문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이전 세대보다 더 불안하고 복잡하고 힘든 주·객관적 상황들에 놓여있다. 하지만, 더이상 종교의 도움이 필요없고 도움을 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탈종교현상에 대한 우려는 많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이것이 오히려 기존 종교의 도그마와 배타적 태도들에 대항하는 ‘개별 영성의 회복’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가속화되는 탈종교화는, 그 선용을 전제로 새로운 ‘통종교’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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