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작은 집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큰 우주 본가의 주인이 돼라.”

소태산 대종사가 서울 상경을 위해 이리역(현 익산역)으로 향하던 길, 남중리 마을 뒤편 소나무를 보고 제자들에게 문답한 구전심수 법문(<대종경> 불지품 20장). 그 터전에 자리한 남중교당의 50년 역사는, ‘우주의 본가’로서 큰 집이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었고, 큰 결실이다. 

‘남중 50년’ 역사 속에 수십 명의 전무출신이 배출됐고 전국에서 법회 출석 교도가 많은 교당 중 하나가 됐으며, 연원교당으로 모현·약촌·여산교당을 설립하는 대업도 이룩했다. ‘우주의 본가’라는 소명의식이 얼마나 투철하고,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을 세상에 전하겠다는 서원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김기홍 교감교무는 이를 ‘자신할 만한 타력’이라고 응축했다. 

50년 역사, 형언할 수 없는 큰 의미
지난 11월 19일 진행된 ‘50주년기념대법회’는 어떤 의미일까. 김 교감교무는 “50년 역사를 썼다는 자체가 형언할 수 없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전제했다. 

“교당의 교도님들이 50년 역사를 써왔다. (2천 년 넘는 이웃 종교와 견줘) 자랑할 만한 교당을 세웠다는 것은 정말로 자긍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다.” 그러니 ‘자랑하시라’고. 
정신적 양식을 키워준 교당의 50번째 생일잔치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을 초청해 ‘함께’ 기쁨을 나누고픈 주인 된 마음. 교도들의 그 마음은 ‘자긍심’으로 결집됐다. 
 

700여 활불 웃음꽃 피어나다
교화의 염원이 어찌 순탄하겠는가. ‘500활불이 모여 법회를 보자’는 30년 서원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어려워졌고, 어느덧 교도들의 마음에 ‘희망’으로만 자리했던 터다.

김 교감교무는 “500활불의 서원을 이룰 수 있는 ‘자신할 만한 타력’이 50주년”임을 북돋웠다. “사실적으로 대단한 성업을 이룬 교도들이다. 의무감이나 패배의식, 좌절감을 내려놓고 ‘남중의 성업’을 자랑하겠다는 자부심으로 50주년을 돌파해보자”고 온 마음으로 격려했다. 

‘자신할 만한 타력을 누가 만들었나. 우리가 만들었다’며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 그렇게 자랑할 만한 ‘남중의 성업’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는 50주년기념대법회는, 결국 ‘500활불의 30년 서원’을 완성하는 거룩한 불사가 됐다. 그리고 그날, 700여 활불의 웃음꽃이 피어났다.

50주년의 은혜 나눔
‘500활불’을 넘어 ‘700활불’을 달성한 50주년기념대법회의 또 한 의미는 ‘은혜 나눔’이다. 김 교감교무가 특별한 의미를 전한다. “다문화 다섯 가정을 초청해 자녀장학금으로 100만원씩 500만원을 전달했다. 우리가 힘 미치는 데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겠다는 무아봉공의 실천이고, 다문화가정 다섯 가족을 남중교당 (대승의) 수레에 태우고 가는 역사를 세웠다. 50주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안으로 자성의 불빛을 밝혀 교화대불공의 서원을 이루고, 밖으로 은혜 나눔을 통해 무아봉공을 실천하는 은혜로운 기연. 김 교감교무는 이것이 우주의 본가를 자처하는 남중교당의 역사이고,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면서 나아가야 할 길임을 말한다. 그 실질적인 행동은 바로 ‘공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김 교감교무의 흔들림 없는 소신이다.
 

우주 본가의 소식
김 교감교무는 신앙수행이라는 용어를 하나로 응축시킨 단어가 ‘공부’라고 강조한다.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은 공부를 떠나서 신앙수행을 말할 수 없다. ‘공부인’과 ‘비공부인’의 법문(<대종경> 수행품 11장) 등 소태산 대종사님은 어느 성자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공부를 많이 말씀하셨다.” 김 교감교무는 경전에 바탕해 공부(신앙수행)하면서 철두철미하게 내가 변화하는 것이 ‘혁신’이라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우주 본가의 소식은 공부하지 않고는 절대 전할 수 없다는 김 교감교무가 말을 잇는다. “물량적인 ‘500활불’이 아닌, 내적으로 부처를 이루는 ‘500활불’의 서원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공부해서 내가 활불이 됐을 때, 그 빛으로 주변 사람들이 은혜를 입고 활불의 세계에서 함께 할 것이다.” 이것이 우주 본가의 소식을 전하는 근본 목적임을 김 교감교무는 일깨운다.

내적으로 부처를 이루는 ‘500활불’의 서원. 이를 위해 공부하는 교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남중교당 교도들의 서원은 더욱 튼실해졌다. ‘큰 우주의 본가’ 남중리 소나무 숲밭 사이로 비춰주는 햇살, 더할 나위 없이 창창하다.
 

[2023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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