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상 교무
이덕상 교무

[원불교신문=이덕상 교무] 진안교당 교무로 부임한 지 2년차가 됐다. 진안은 좋은 곳이지만, 노인 인구가 훨씬 많은 고령화 지역이라는 점이 청소년교화 담당자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어린이법회를 나오던 삼 남매는 첫째가 중학생이 되면서 전주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두 전주로 이사를 갔고, 교당에 오지 못하게 됐다.

그나마 정말 다행스럽게도 진안교당 1층에는 월랑원광어린이집이 운영 중이고, 교도님이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올해부터 어린이집 6~7세 원아 중 희망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토요일 보육시간’ 방식의 어린이법회를 진행하게 됐다.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중간에 간략하게 법회 식순을 진행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논다. 소법당이 어린이집 교실보다 넓고, 뛰어놀아도 되니까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

나의 청소년교화 철학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주자’다. 내가 어렸을 때, 원했지만 얻을 수 없던 것들을 나는 교당에서 얻었다. 덕분에 교당을 스스로 다니는 습관을 갖게 됐다. 하지만 막상 교무가 되고 보니,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일은 너무 어려웠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싶었기에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보았지만, 답은 늘 돌아오지 않았다. 또 아이들이 시간을 들여 교당에 와준 것이 고마워 뭐라도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준비도 해봤으나 미적지근한 반응만 돌아왔다.

그렇게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던 얼마 전, 한 아이가 “교당에 오니까 좋아요”라고 말해줬다. 이유를 물어보니 “교당에 오면 맘껏 놀고, 맛있는 것도 주고, 교무님과 원장님이 잘해줘서요”라고 한다. 교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다는 말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그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교무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물질적인 것도 좋지만,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제대로 된 정답이었던 것이다. 동식물도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아야 잘 자라지 않던가. 정말 간단한 이치인데, 왜 잊고 있었나 싶다.

올해 나의 청소년교화 목표는 ‘아이들이 내년에도 교당에 오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을 학부모들이 데려다주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지만, 이 아이들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굳이 어린이집(교당)에 올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교당에 오길 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더욱 아이들에게 ‘교당에 대한 좋은 기억, 즐거웠던 기억’이라는 씨앗을 잘 심으려고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자랐을 때 원불교에 대한 좋은 인식이라는 싹을 틔울 수 있을 테니까.

/진안교당

[2023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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