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예능을 만나다 下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인문학적 교양의 열풍이 분다. 지금의 예능시장은 ‘인포테인먼트의 시대’라 칭해진다. 인포테인먼트는 인포메이션(정보·Information)과 엔터테인먼트(오락·Entertainment)가 합쳐진 말이다. 즉‘정보예능’을 뜻하며, 예능과 교양프로그램이 융합된 <어쩌다 어른>, <알쓸신잡>등을 일컫는다.  

왜 이런 경향이 생겨났을까. 가장 큰 원인은 ‘일반적인 재미’가 주는 허탈함이다. 고물가로 각박해진 현실을 잊기 위해서는 ‘의미없는 재미’보다 더 강력한 기제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적 교양의 강력한 기제는 ‘종교’에 기대어 있다. 요즘 예능은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발휘될 ‘통찰력’과 세상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지식’이 있어야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성직자들의 예능은 숭고함을 잠시 내려놓고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한다. 이를 통해 재미를 유발하면서 사회 간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한다. 이때 성직자가 지켜야 할 중요한 중심은 종교가 ‘가볍게’ 소비되지 않도록 마땅한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종교,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간관계 조언 역할

조연에서 주연 부상, 
이제는 예능 제작자로

그동안 원불교를 비롯한 종교들은 간헐적인 리액션, 견해를 전하는 ‘조연’의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JTBC 〈다수의 수다〉 종교편을 기점으로 ‘주연’이 돼 만남중창단 등 활발한 활약을 통해 확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점점 예능 ‘제작자’로 거듭나고 있다. 원불교 서울교구의 웹예능 ‘원서울 원소울’이 대표적이다. 

‘원서울 원소울’은 서울교화 100년을 기념하며 서울성적지 순례길과,  MZ세대에게 핫한 북촌을 배경으로 재가출가 교도가 함께 출현하는 ‘로드예능’이다. 제작에 참여한 김동국 교무(서울교구)는 “교무님은 북촌 순례길 마인드로드를 설명하고 청년교도는 북촌의 트렌디함을 전하며 예능을 풀어가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로드예능은 tvN의 간판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유행시킨 것으로, 사람에게서 얻는 진심, 날 것 그대로의 감동, 일상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주 무기로 한다.  
 

이처럼 ‘예능’에는 시대를 읽는 눈이 필요하다. 많은 여론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이유로 ‘시대를 읽지 못했음’을 꼽는다. 발매된 지 12년이나 지난, 부산도 아닌 ‘강남’이 들어가는  배경음악에 부산의 아름다운 배경이 돋보이지 않는 촌스러운 영상편집까지 시대의 흐름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높아진 사람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려면 ‘시대의 기대’를 충족해야한다. 

이는 종교도 마찬가지다. 진지하기만한 종교는 더 이상 인기 없는 세상이 됐다. 젊은 교무의 흥겨운 ‘풍류로 건졌쇼(Show)’가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과 전국 곳곳의 교당을 가득 채우고, 사찰에서는 구성진 트로트 한 자락이 방문객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런 시대다.

[2023년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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