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진 교도
황서진 교도

[원불교신문=황서진 교도]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연말에 뭐할까?’를 고민하다 쌓인 업무에 한숨을 푹푹 쉬고 있을 직장인들이여, 그대들에게 화끈한 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제니퍼 애니스톤과 제이슨 베이트먼 주연의 코미디 영화 <오피스 크리스마스 파티(Office Christmas Party)가 그것이다.

IT 회사 ‘제노텍’ 시카고점의 기술 관리자 ‘조쉬(제이슨 베이트먼)’에게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찾아온다. 제노텍의 CEO ‘캐롤(제니퍼 애니스톤)’이 나타나 제노텍 시카고점을 정리하겠다고 선언한 것. 조쉬의 친구이자 캐롤의 동생, 제노텍 시카고 지점장 ‘클레이(T,J. 밀러)’는 회사 일에는 영 관심이 없고, 이에 누나 캐롤은 구조조정을 시행하기로 결심했다. 단 이틀 안에 직원의 40%를 감축하라는 캐롤의 결정에 직원들을 가족처럼 여겨 온 조쉬와 클레이는 분개했고, 이를 막기 위해 어떻게든 회사의 최대 거래처와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클레이는 계약 체결을 위해 회사의 단합을 보여줘야 한다며, 유래없이 성대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한다.
 

영화 〈오피스 크리스마스 파티〉 스틸컷 / 티스토리
영화 〈오피스 크리스마스 파티〉 스틸컷 / 티스토리

영화 ‘오피스 크리스마스 파티’는 전형적인 미국식 오피스 코미디물이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벌어지는 황당무계한 파티 나이트(Party Night)는 유쾌하기 그지없다. 유명 코미디 배우 T.J, 밀러를 중심으로 제니퍼 애니스톤, 제이슨 베이트먼 등 코미디 연기에 능숙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미국식 코미디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보니 코끝 시린 겨울이 다가왔고, 거리의 반짝이는 전구와 캐롤이 힘줘서 연말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어쩐지 조금 더 특별해야 할 것만 같은데, 눈앞의 삶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개미일 뿐이다. 늘 똑같던 일상이 다소 밋밋해 보이는 것도 역시나 연말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책상을 뒤집어엎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광란의 밤을 상상해 본 적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영화가 조금은 속 시원한 대리만족을 선사해 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책상을 뒤집어엎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광란의 밤을
상상해 본 적 있지 않은가?

영화는 상당 부분을 ‘이 파티를 왜 해야만 하는가’에 할애한다. 뜨거운 파티 장면을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상황들이 직장인들에게 큰 공감을 산다는 점이 또 다른 묘미다. 상사 알기를 우습게 아는 MZ세대 사원, 일에 빠져 연애라곤 해 본 적 없는 모태솔로, 퇴근 후 반전 취미로 이중생활을 하는 사원 등등 제노텍 시카고점의 직원들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이 익다. 우습지만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제노텍 시카고점의 직원들을 보다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무실 인류는 다 비슷하구나 싶기도 하다.
 

영화 〈오피스 크리스마스 파티〉 스틸컷 / 티스토리

물론,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있다. 파티 장소는 다름 아닌 제노텍 시카고점. 사무실을 플로어 삼아 각종 코스프레를 한 직원들과 초대 손님들이은 모여서 술과 음악을 즐기고 폭죽처럼 종이들을 흩뿌린다. 칙칙하기 그지없던 사무실이 파티장으로 변모한 모습은 짜릿한 쾌감까지 안겨준다. 늘 딱딱한 오피스룩을 입는 모범생의 뿔테 안경을 벗기고 화려한 밤 문화를 전수했을 때의 뿌듯함이랄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영화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사건 사고를 만들어내고, 다소 선정적인 농담도 주고받는다. 그 와중에 가족애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빼놓지 않았으니, 연말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본질은 놓치지 않은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먹고 사는 일로 연말을 연말답게 보내기 힘든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연말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지 못하고, 해야 하는 일을 따져봐야 하는 이들이라면 따듯한 연말 영화보다는 사무실을 다 때려 부수는 화끈한 영화가 더욱 필요할지 모른다.

/방송작가, 고창교당

[2023년 11월 2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