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원기56년(1971) 개교반백년기념사업중 하나로 원불교 영산성지 노루목에 세워진 소태산대종사대각비(만고일월비)는 소태산 대종사의 28년 제도사업을 추앙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다.

만고일월비가 들어서기 전까지 대각터에는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터임을 표시하기 위해 주변의 자연석을 탑처럼 쌓아 올려 그 자리를 표시했다. 또한 순례객들은 그 표지석을 향해 소태산 대종사를 추모하며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만고일월비와 일원탑이 조성돼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을 기념하고, 대각터 앞으로 다리가 놓이고 일원탑 앞에 광장처럼 잔디가 넓게 깔려 있지만 개교반백년기념사업이 있기 전까지 대각터는 변변한 시설이나 장엄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 

만고일월비는 영산성지를 장엄하는 과정에서 김형오 선진이 제안하고, 이공주 선진의 원력과 특별성금으로 건립됐다. 비의 전면에는 만고일월(萬古日月, 영원한 세월에도 다함이 없는 해와 달의 광명)이라 새기고, 후면에는 ‘원기 원년(1916) 병진 3월 26일 이른 새벽 소태산 대종사 이 터에서 대각을 이루시다’라고 새겨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을 기리며 28년간의 제도사업을 높이고 드러냈다. 비문의 ‘만고일월’은 소태산 대종사의 지혜 광명이 영원한 세월을 통해 길이 빛나는 해와 달 같다는 뜻을 비유한 의미다.

이 만고일월비는 처음 석재를 마련할 때 조선총독을 지낸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의 치적비를 깎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해방 후 정각사였던 한남동 수도원터에 묻혀있던 것을 이공주 종사의 후원으로 만고일월비로 만들어 대각터에 세우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대각터에 일본 총독의 치적비를 깎아 소태산 대종사의 기념비로 세운 것이 아쉽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단에서 그 사실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당시 우리 수도원터에 묻혀있던 돌이었고, 그때만 해도 그만한 큰 돌을 구하는 건 어려웠다. 무엇보다 ‘조선총독 치적이 새겨진 내용은 깎아버리면 그만이지, 돌 자체에 무슨 이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념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살려 쓰는 의미로 해야 한다’는 선진들의 논의로 결정된 사안이었다.

개교반백년기념사업회에는 만고일월비와 함께 기념사업으로 총부 구내에 정산종사성탑(구성탑)과 반백년기념관, 영모전, 종법원을 건립했다. 또한 개교반백년기념대회는 원기56년(1971) 10월 7~12일 중앙총부와 영산성지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2023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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