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연말을 맞아 축제 분위기가 한창인 11월의 어느 목요일밤, 한 라이브 카페 무대에 오른 이들이 차례로 공연을 선보인다.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들뜬 열기 속 성악, 판소리, 비올라, 대중가요와 댄스까지. 장르는 다양하지만 무대에 오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아트를 사랑하는 ‘의료계 종사자’라는 것. “저희는 원광대학교병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아사모 입니다.” 아사모는 지난해부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원광대학교병원 소모임이다. 

올해 공연은 최금하 원광대학교병원 병리과 교수(법명 정인, 정토회교당)가 총괄 기획을 맡았고, 뜻 맞는 동료, 후배, 제자들이 함께해 풍성한 장이 됐다. 이들 공연이 특별한 이유도 있는데, 바로 공연의 수익금이 모두 기부된다는 점이다. “사회복지기금이 감소하고 있는 요즘, 의료 외에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사모의 탄생은 ‘은혜’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공연에서 모인 500만원은 사회복지법인 맑은집에 기부했어요.” 최 교수와 함께 공연과 기획을 도운 김영전 원광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법명 영전, 정토회교당)는 “점심식사를 하다 중증 어린이 환자들 이야기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맑은집으로 기부를 결정했어요.” 이렇듯 일상에서 나온 대화는 은혜나눔으로 이어졌고,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생활 속 은혜에 대해 궁리하게 됐다고도 했다.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환자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노력하는 원호스피스에 기부된다. 공연 취지를 알고 아사모가 아닌 동료 의료진과 지인 및 가족들도 기부에 동참했고, 공연 티켓도 금세 완판을 기록했다. 

아사모의 공연장 역시 동료 의사가 마음을 내 대여해준 장소다. 공연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손님을 맞이하거나 공연 준비에 손을 보탠다. 아사모에서는 활동하는 모든 시간이 ‘나눔’이 된다. “아사모 활동을 하면서 나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껴요. 나누면 은혜가 덜어지는 게 아니라 두 배 이상 커지는 것 같고요.” 댄스 공연을 앞둔 김 교수가 설렘을 담아 말한다. 

“각자가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돼요. 저는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춤 연습을 열심히 해서 공연에 힘을 보탤 수 있죠.” 최 교수의 말처럼 재능보다는 노력, 그리고 마음이 더 중요한 아사모. 그 마음이 모여 만들어 가는 활동이기에 의미도 보람도 더 크다. 

치료를 넘어 치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은 결국 ‘마음’부터 시작된다. 아사모의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모임활동이 추운 겨울의 길목을 따뜻하게 채운다.

[2023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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