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출장 마지막날, 롯데몰 서호점(Lotte Mall west lake Hanoi)에 들렀다. 하노이교당 봉불식 취재에 데려간 네 살, 두 살 아이들을 위해서다. 베트남 최대 규모, 축구장 50개 크기인 이 곳은 9월 오픈했다. 특히 아쿠아리움과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금세 베트남 어린이 핫플로 등극했단다. ‘흠, 구색은 갖췄겠지’ 싶었다.

그런데 웬걸, 그곳은 상상 이상으로 아이들 낙원이었다. 세상의 모든 키즈 명품들을 모아뒀고, 수유실이며 아이들 의자가 널려 있었다. 5층 건물 중 4~5층이 온통 아이들을 위한 가게들이니 말 다했지 않은가. 문화센터, 공예샵들에서 아이들은 20대 직원들의 1:1 안내를 받으며 신나게 놀았다.    

물론 이런 장소는 한국에도 다 있다. 하지만 노키즈존이거나 어른 눈높이이거나 아주 비싸다. 부모 입장에선 아쉽지만, 애들을 안 낳으니 어쩔 수 없다. 2022년 대한민국 신생아수 약 25만명, 내년 2월에 발표될 2023년 출생아수는 22.5만명으로 내다본다. 세계가 우려하는 ‘소멸의 땅’의 현실이다. 

반면, 인구가 우리의 2배인 베트남의 1년 출생아는 160만명, 무려 6배다. 전체 인구의 평균인 평균연령은 32.5세로, 우리 평균연령 44.5세와 딱 띠동갑이다. 지금 베트남은 어리고, 많고, 젊고, 일을 한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손꼽히는 이유다. 

“엄마! 하노이 너무 좋아!”라며 환상의 세계에서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원신성 교도(하노이교당)와의 인터뷰를 다시 떠올렸다. “원불교가 베트남 최초로 외국종교 승인을 받은 데는 교육 경력 및 비전이 주효했고, 앞으로 해야 할 일 역시 교육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그가 몸 담아왔던 분야여서가 아니라, 이것이 통계가 보여주는 팩트이자 뻔히 보이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을 교당이 있는 한인타운이 아닌 현지인 지역에 세우는 이유도, 데이터로 아이들이 많은 지역을 찾아 수요를 예측해서다. 

사실 통계라면 대한민국이 정말 능하다. 최근 우리 통계의 주된 테마도 인구와 지역이다. 우리 지역 인구는 얼마이며 세대구성비는 어떠한지, 왜 여기에 살며 직업은 뭔지, 그 가운데 교당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까지도 상세히 알 수 있다. 교구나 지구, 교당 교화전략은 구성원이 하고 싶은 방식이 아닌, 바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립해야 한다. 

기업이 이전해온 신도시 교당에서는 무엇을 해야하며, 지방 출신 청년 1인가구 지역의 교당은 어떻게 이들을 맞이해야 할까. 이처럼 밝은 세상, 인구와 지역의 숫자가 곧 교화의 방향을 너무나 선명히 일러준다. 지금 하노이에는 노인정을 지어야 할까 유치원을 지어야 할까.

[2023년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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