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그때 그 시절의 겨울밤은 왜 그리 길고 추웠을까. 길고도 추운 겨울밤, 저녁밥은 먹었고 잘 시간은 까마득히 멀었는데 배에서 요동치는 꼬르륵 소리. 그때 저쪽 골목길에서부터 들려오는 구수한 목소리가 있었으니, “찹쌀떠~억, 메밀묵~.”

따듯한 아랫목에서 한 이불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형제들은 의기투합으로 엄마를 졸랐다(실은 오빠를 꼬득여야 엄마가 들어줄 성공률 100%). 대문을 열고 나갈 필요도 없다. 창문을 열면 찹쌀떡 장수는 건넨 돈만큼 찹쌀떡을 창문으로 건네준다. 그리하여, 한 입 베어 물던 찹쌀떡의 그 쫀득한 맛을 어찌 잊으랴. 
 

메밀묵과 찹쌀떡이 어떻게 ‘찰떡 커플’이 되었는지는 사실 모르지만, 요즘 말로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까지 주니 겨울밤 간식으로 제격 아닌가.

그 시절을 지나, 똑단발 머리 여중생 시절에는 군고구마가 겨울철 대표 별미였다. 골목 어귀 모락모락 하얀 김을 내뿜는 군고구마통에서 꺼낸 고구마. 못생겨진 외모와는 달리 껍질만 벗기면 노란 속살에 베인 달큰함이 더할 나위 없다. 뜨끈한 아랫목에서 김장김치를 척 얹어 먹거나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을 함께 들이켜면~. 저녁나절 겨울 한기와 뱃속 허기를 달래기에 최고였다. 

이쯤 말미에서 질문 하나. ‘구루마’에 양푼 솥 싣고 다니며 팔던 간식을 아는지. 당시 신문지 고깔에 담아줬던 번데기는 엄마가 가끔씩 창문으로 오빠에게만 넘겨주던 간식이다. 애초 생긴 모습 때문에 나는 먹지 못했지만, 아들에게만 건네지는 어느 날의 현장에서 (자칭 딸 대표로) 얼마나 강력하게 항의했던가.

코끝이 시려오는 계절,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 겨울밤, 간식에 얽힌 추억에서다.

[2023년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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