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그림’만으로도, 누군가의 닫힌 마음의 문을 ‘똑똑’ 두드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림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림만큼의 비중은 아니더라도, 응축된 ‘글’과 보이지 않는 ‘여백’까지가 그림책의 중요 요소가 된다는 장소영 그림책 작가(법명 예현, 광주교당). 그의 그림은 ‘마음’으로 향해 있다. 그가 마음 담은 네 권의 그림책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이의 학교>
“제가 나온 초등학교에 딸아이를 보내고 여섯 해 동안 함께 등교했어요.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저를 만났습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즐거운 아이, 색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아이였죠.” 이제 어른이 된 ‘내 안의 아이’, 그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 첫 번째 그림책이 됐다. 

그의 말대로, 그림책 표지를 ‘호기심’으로 펼친다. 천천히 몇 장의 그림을 먼저 읽는다. 그림 속, 한 줄 글도 읽는다. 중간중간 그림과 글 사이의 여백에서는 잠시 멈춰 내 안의 감정도 바라본다. 그렇게 마지막 장에 닿으면, 듣게 되는 그의 마음 고백. ‘나를 꿈꾼다.’ 
 

‘더불어 하나 되는’ 세상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는 마지막 장의 그림. 
마음이 이렇게 하나로 모인다. 

<길, 그리고 길>
(중략)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가? / 언덕 너머에는 / 이 길의 끝에선 / 오늘도, 내일도 매일 매일 걷고 또 걸어간다. 어떻게 내 길을 가야 할까?

“기차는 구불한 길도, 높은 언덕도, 터널도, 바다도 지나가죠. 꼭 인생의 여정 같았어요.” 그는 마음 실은 기차와 함께 긴 여정을 시작했다. ‘나를 붙잡고 있는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여정이었다. 어느 날 문득, 길고 먼 길을 오랫동안 달려온 그에게 들려온 한마디. “너무 지치고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마음 길> 
이 길을 내려가면 그 길 끝에 희망이 있을까? 

‘나로부터 떠나는 여러 가지 길을 드넓은 마음으로 다독이고 쓰다듬어 준’ <마음 길>은 그의 세 번째 그림책이다. 그가 앞표지와 뒷표지를 함께 펼쳐 든다. 양면을 펼칠 때 온전한 ‘그림’책이 되는 걸까, 비로소 나무숲이 펼쳐진다. 

여러 가지 색들이 소용돌이치는 나무숲 길은 동그랗고 커다란 원을 만든다. “그동안 힘들고 아팠던 마음을 원만하고 따듯하게 해주는 일, 앞으로의 저의 길이 아닐까요?” 그림이 그의 마음을 대신 전한다. 

네 번째 <마음 거리>
우리는 혼자가 아닌 나, 다른 한쪽의 도움이 있어서 / 살아있는 감동과 따스함을 함께 나누며 걸어간다.

네 번째 그림책 <마음 거리>는 내 삶에 감사하는 마음,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북돋운다. 두려움보다 강한 사랑과 나눔의 힘으로, ‘더불어 하나 되는’ 세상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는 마지막 장의 그림. 마음이 이렇게 하나로 모인다. 
 

그리고, 마음공부 이야기
그는 결혼 전 독서관련 수업에서 그림책과 인연이 닿았다. 첫째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림책 수업으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둘째 딸이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다니게 됐고 그때부터 그림책과의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 둘째 딸이 대학생이 됐으니 어느덧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행이었을까. 코로나19는 바쁘게 앞만 보며 달려왔던 그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는 광주전남교구에서 마련한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마음지도사 자격과정에 참여하며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었다. 그렇게 발견한 공감과 긍정의 힘이 그림책 창작과정에 녹아있다. “실제적인 마음공부를 그림책 창작과정을 통해서 한 것 같다”는 그는 그림책이 마음공부 예화에 많이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하나의 시작, 나아갈 길
그는 올해 교당 법회 사회를 보며 기도문을 직접 작성했다. 지난해에도 각종 의식과 봉공회, 여성회 활동에 손을 보태며 교도로서의 신앙 나이테도 굵어졌다. 그림책으로 마음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그의 고민이 더 깊어진 연유다. <원불교교전> 속 마음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창작한다면,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에 보다 친숙하게 닿아갈 수 있겠다는 구상도 조심스럽게 내보인다.

그의 그림책을 한 장 펼쳐본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가장 젊은 날인 오늘과 마주하고 산다.”

[2023년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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