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관 교도
이선관 교도

[원불교신문=이선관 교도] 서울기관 순례 가는 날. 아침 7시 출발이라 나는 부지런히 챙겨서 6시 반쯤 교당에 도착했다. 이미 대형버스가 교당 정문에 서 있고, 다른 교도님들은 차에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남편이 아직 오지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교도님들 다 오셨으니 어서 오라”고 했더니 남편이 “시간 맞춰 잘 도착할 텐데 그새 전화까지 하냐”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순간 ‘아! 내가 너무 조급했구나!’ 하며 내 마음을 살펴봤다.

남편은 시간에 맞춰 잘 올텐데 일찍 도착한 교도님들을 보니 내 마음이 요란해진 탓이다. 혹 다른 이들이 ‘남편은 왜 아직 안 오냐’고 묻거나 궁금해할까 봐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더 깊은 마음 한구석에는 행여 남편이 늦어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할까 걱정도 됐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서 전화를 끊고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은 늦지 않게 잘 도착했고, 버스는 시간 맞춰 출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함께 순례를 갈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상시훈련 발표를 준비하면서 “내가 원불교를 만나 이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하고 돌아봤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이 법을 만나서 공부할 수 있음에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겨울 화천에서 산천어축제를 할 때 원봉공회에서 축제장으로 쓰레기 줍기 봉사를 나갔다가 얼음판에 미끄러져 손목이 골절된 일이 있었다. 수술하고 병원에서 설 명절을 보내게 되면서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었다. “다리가 아니고 손목이라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오른손이 아니고 왼손을 다쳤으니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수술이 잘 됐다니 감사하다. 가족들과 교무님, 교도님들이 염려해주시고 살펴주시니 감사하다”는 생각이었고, 모든 것이 고맙기만 했다. 
 

해로운 경계든
이로운 경계든
결국 은혜를 생산하는 과정.

또 이렇게 내가 모든 것을 감사로 돌리니 남편과 자녀들도 ‘참 다행이다’며 안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다. 그때 오히려 집안일을 다 내려놓고, 몸도 마음도 쉬면서 공부하는 기회로 삼으니 참으로 은혜롭고 행복했다.

이 모든 공덕은 원불교 강원교구에서 진행하는 감사일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몇 년째 단 하루도 빠짐없이 쓰면서 부터다. 그 덕분에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해로운 경계든 이로운 경계든 결국 은혜를 생산하는 과정임을 확고히 믿게 됐다.

올해부터는 교구에서 진행하는 줌(Zoom)으로 상시훈련 공부방에 들어가 저녁 염불을 하고, 하루를 점검하는 상시일기와 감사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염불하면서 때론 염불 일성에 주 하지 못해 생각이 다른 곳에 흐르기도 한다. 그때마다 본래 청정한 이선관 부처님 마음을 놓지 않으려 챙겨본다.

그렇게 보고 또 보고 하고 또 하다 보면, 어느 한 곳에 집착하거나 머무는 바 없이 한 마음을 잘 챙겨서 자성을 떠나지 않는 공부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오래오래 이 공부에 정성을 다해 나의 삶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참 공부인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다짐해본다.

/화천교당

[2023년 12월 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