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배가 너무 고프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몸이 어딘가 불편하면 편히 잠들 수 없다. 공복감이 심한 상태도 마찬가지다.

배고픔은 몸에서 영양 공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고파 잠이 안 올 때는 그 부족함이 심해서 자는 것보다 먹는 것이 더 급하다는 신호다. 불면은 대개 이러한 몸의 문제로부터 온다.

불면은 영양분 외에도 우리 몸에 어떤 기능이 부족할 때 불면은 올 수 있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그래서 몸이 편해지면 잠이 온다.

먼저 심장이 약해서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불면과 함께 가슴 두근거림을 심하게 느낀다.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는 심허증이다. 이런 분들은 심장의 기를 보강해서 불면을 치료한다.

또는 기가 너무 약해서 잠을 못 자는 사람도 있다. 배가 너무 고프면 잠이 안 오는 것과 비슷하다. 몸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쉬려면 기가 필요하다. 기가 허하면 낮에는 온전히 깨어있지 못하고 밤에는 온전히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보기약을 쓴다. 인삼이 대표적 보기약이다. 인삼을 먹으면 기가 활발해져서 잠이 안 올 것 같은데, 오히려 잠이 잘 온다. 이것이 한의학의 묘미이다.

음기가 부족해서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다. 양기가 자동차의 가속기라면 음기는 브레이크와 같다. 생명 활동의 속도를 감속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음기가 약한 사람은 몸이 쉴 줄을 모르기 때문에 불면이 온다. 밤에도 계속 몸과 마음을 가동하려 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그 부족한 음기를 보충하면 불면이 치료된다. 그러나 정신없이 잠이 쏟아진다고 할 때는 인삼을 쓰지 않는다. 인삼은 가속 작용을 하는 약재이므로, 이 때는 오히려 불면증을 더 심하게 만든다.

이처럼 정확히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불면이 치료된다. 지금 임상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다.

/김종열한의원장,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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