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제7회 소태산영화제에서 최용정 교무와 영상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며 놀던 때.
12월 2일 제7회 소태산영화제에서 최용정 교무와 영상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며 놀던 때.

아-아!
해바라기 마을 방송입니다. 
1. 주민 여러분, 완전히 겨울입니다. 보건소에서 주민들의 건강검진을 위해 12월 11일에 우리 마을을 방문하니, 마을회관에 방문해 건강검진 받으시길 바랍니다.
2. 제7차 열린인문학 교양강좌가 12월 21일 오후 4시에 산서면사무소 2층 대강당에서 열립니다. 장하열 이장이 ‘사람은 무엇을 결산하며 사는가?’를 주제로 진행합니다. 
3. 진전마을 결산총회를 12월 29일 개최합니다. 모두 오셔서 결산총회에 임해주시고, 마을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함께 추대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나는 53년 세월 동안 원불교 교단에서 전무출신으로 후회 없이 살아왔다. 5년 전에 퇴임하고 지금은 고향 땅으로 돌아와 열심히 ‘놀고’ 있다. 고향인 장수군 산서면은 산수가 풍광과 어우러져 수려한 곳이다. 그곳에서 숨을 쉬면, 공기가 구수하고 달게 느껴진다. 그 풍경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그동안의 이야기를 압축해 남겨 본다.

1. 먼저 농사일하며 노는 이야기다. 집에서 논까지는 거리가 500m쯤 된다. 내 두 발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논에 가면 친구 이희재가 먼저 와있다. 논둑에서 일하려고 만나니 같이 물을 보면서 농사 이야기를 나누고, 새참 먹으며 논다. 장남제 물이 출렁이며 흘러 논바닥에 잔잔히 앉으면 풍년이다.

2. 내 삶의 아궁이, 내 인생 굴뚝 연기가 모락모락 하늘로 피어나면, 아궁이 재 퍼다가 텃밭에 뿌리며 장난치고 논다. 그러는 동안 상추, 배추, 고추, 가지, 호박, 무, 토마토, 도라지가 자란다. 나는 다 세지도 못하는 농산물의 가짓수를 세며 같이 놀아주는 주민들 덕분에 재미있다.

3. 놀아도 마을 찬가를 함께 부르며 노니, 흥겨운 춤사위가 절로 난다. 참밭동네 진전마을의 모습이 가사에 그대로 담겼다. 최용정 교무가 작곡하고 함께 노랫말을 지었다. ‘건지산 봉우리에 흘러가는 저-구름도 붉은 태양 온통 쏟아 참밭 마을 일구었네. 그 누가 찾아와도 우리 부모 얼싸안은 포근한 소쿠리 동네 아-해바라기 함박웃음 꽃피는 동네.’
 

마을에 설치된 운동기구는 온 마을 사랑방이 된다.
마을에 설치된 운동기구는 온 마을 사랑방이 된다.

4. 새막 거리에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그곳에서 마을 원주민, 귀농·귀촌자들과 함께 논다. 노는 동안 그들과 하나 되어 운동하니 괴로움도 사라지고, 자유롭고, 몸 건강 마음 건강하니 이보다 더 나은 소통과 행복의 조건이 또 있으랴? 

5. 마을에서 나가는 데 30분, 오는 데도 그만큼이 걸린다. 도보로 면사무소에 가서 사무를 보는 장 이장은 70대 중반의 노인이다. 하지만 다시 청춘이 되어 도서관, 주민자치회에서 활동도 하고, 게이트볼장에서 놀다가 소리문화관에 들러 판소리 한판 하며 노는듸! “이 산 저 산, 꽃이 피면….”

6. 인류의 위기 코로나19를 맞았을 때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담아 대조표를 만들었다. ‘유무념 마음공부로 코로나19 퇴치하자’라는 사회교화 놀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차원에서 어필이 됐다. 원불교가 사회 속에 중핵적으로 존재하는 가치는 무엇에 비견이 안된다.

7. 마을에 방치돼있던 폐가를 철거 후 시작한 ‘아동·청소년 농촌체험 인성교육 텃밭 가꾸기’ 놀이판도 있다. 15년 전, 고향 가면 해보겠다고 법사랑에서 활동할 때 ‘안마을과 무리뭬’ 회보에서 작성한 이론을 실제 놀이로 펼쳐내니 재미있다. “3명의 학생을 데리고 같이 놀았던 박토토 선생 고마워요. 소관섭·이철국 전 교장선생님, 이건창 친구, 소부용 선생, 20여 명의 청소년들, 모두 그 텃밭에서 함께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8. “‘열린인문학 교양강좌’를 7회 동안 운영해 준 육영수 전 면장님과 고동금 자치회 위원장님, 함께 놀아주신 주민과 교도님들, 그리고 관변 단체장님 감사합니다. 무엇을 보고 1회에 30~60명이 모였을까요. 참 재미있는 놀이판이었죠. 총 3백여 명이 함께 놀았죠. 앞으로도 힘들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고, 맛있게 요리해올게요.”
 

진전마을 노래 악보.
진전마을 노래 악보.

9. 해바라기 진전마을 게시판에 <원불교신문>을 비롯한 공지사항을 게시하고, 마을 방송에 법문을 담아 보내는 놀이는 향기롭다. 향우회원들, 고향을 찾아온 자녀들, 성묘객들, 도로에 도열한 해바라기 함박웃음 따라 ‘절강 선조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을 잇는다. 그 풍경을 보고 마을 어귀 수호목 전나무가 ‘나도 같이 놀아주겠다’는 뜻을 전신을 흔들며 대변한다.

10. 이 모든 놀이판은 <진전(참밭)마을통신>에 실어낼 것이다. 주민과 향우회원이 타향살이에 지친 자녀들과 함께 보고, 향수도 달래며 인생을 즐기는 놀이판을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전해본다. 그곳에는 ‘70대 청년’이 살고있다고. 
 

眞田(참밭)마을통신 표지.
眞田(참밭)마을통신 표지.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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