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한 번 찌르면 흐물흐물해지는 주삿바늘이 개발돼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재웅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법명 흥원, 둔산교당)와 그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주삿바늘은 평소에는 단단한 형태를 유지하다가 혈관에 삽입 시 사람의 체온에 반응해 흐물흐물 유연해진다.

기존의 금속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딱딱한 주삿바늘은 생체조직에 손상과 염증을 발생시키거나 사용 후 찔림 사고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이번에 개발된 부드러워지는 주삿바늘은 그에 비해 안정성이 훨씬 높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주삿바늘을 재사용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특성이 있어 의학계에서 새로운 혁신으로도 일컬어진다. 

언제쯤 상용화되나, 관심 커
정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주삿바늘은 ‘갈륨(Gallium)’이라는 액체금속을 이용해 제작됐다. 이 액체금속으로 주삿바늘의 구조를 만들어 ‘생체적합성 폴리머’를 코팅한 것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맥 카테터’와 비슷한 수준의 생체조직 관통력을 갖고 있다. 기능에 있어서도 현재 사용되는 주삿바늘과 차이가 없고, 안정성은 매우 높다는 게 장점이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사용된 주삿바늘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찔림 사고에 노출됩니다. 이 같은 사고는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나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등 심각한 혈액 매개 질환 감염을 초래하기도 해요. 이번에 개발된 주삿바늘은 이러한 감염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주삿바늘에 나노 박막 형태의 온도 센서도 탑재했다. 정맥주사의 약물이 혈관이 아닌 잘못된 곳에 주입되면 (투입 부위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약물 주입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주삿바늘의 개발은 뉴스에 보도되고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조회 수 100만 회를 넘는 등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송 유튜버들의 다양한 의문 제기와 여러 의견에 대해 정 교수는 “많은 부분 이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많은 이의 관심사는 ‘언제쯤 상용화가 되는가’다. 현재의 기술은 연구발표 때보다 더 진보됐지만,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직 몇 단계 과정이 더 필요하다. 식약처의 승인과 비용 절감을 위한 대량생산 기술 등의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유연해지는 주삿바늘… 찔림 사고 방지, 혈액 매개 질환 감염 차단
뇌 신경회로 제어 등 연구로 ‘에쓰오일 차세대과학자상’ 수상도

뇌 이식 신경회로 제어장치 연구
전자공학부 하면 일반적으로 디바이스(반도체) 소자 연구나 AI, 전자회로 등을 떠올린다. 정 교수는 이 중 바이오 어플리케이션의 의공학 분야에 적용되는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그가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분야는 피부에 부착하거나 조직에 이식해 다양한 생체 정보를 얻거나 생체 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자 부문으로, 특히 뇌 이식 신경회로 제어장치를 연구한다. 10여 년간 연구하고 있는 이 분야는 뇌에 이식돼 목표로 하는 특정 뇌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장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이식 장치를 만들자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 특정 부위에 도파민 분비가 정상 작동이 안 된다던가, 또는 특정 신경세포가 지나친 활성으로 제어가 필요할 때 역할을 해주는 장치죠.”
정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주관하는 ‘에쓰오일 차세대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앞으로의 세대에 새롭게 펼쳐질 과학 분야의 가치와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올해 차세대과학자상을 수상한 정재웅 교수.(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올해 차세대과학자상을 수상한 정재웅 교수.(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후진양성, 과학 진보의 길
“제 연구가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사용되길 바랍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가 깊어질수록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지고, 혼자 하는 데에는 한계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지금 함께 연구하는 제자들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때문에 그는 혼자만의 학문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과제로의 연구가 되도록 후진들의 지도에도 큰 정성을 쏟는다. 한 사례로 필리핀 출신 카렌-크리스티안 아그노(Karen-Christian Agno) 연구원은 정 교수의 지도로 이번 주삿바늘 연구 개발에 함께 참여하고, 이 연구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카렌 연구원은 “과학자로서 제 목표는 환자치료와 관련된 의료기기의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도모하는 이번 기술 개발에 함께한 것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정 교수는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며 최선을 다해 역량을 끌어낼 때, 어떤 분야에 나가더라도 그것을 해결할 역량과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 자주 강조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후회 없이 최선의 모습으로 자신을 개발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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