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보고 ‘예민한 성격’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이 그러하듯, 예민함도 생존에 필요해서 발전시킨 능력이다. 지금과 같은 힘을 갖지 못한 옛날, 인류는 끊임없이 여러 가지 위험에 쫓겨 다녀야 했다. 

야생의 삶에서 내 몸에 위험이 오는 어떤 상황을 감지하는 능력은 굉장히 중요했다. 주위에서 나는 조그만 바람 소리, 냄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좀 더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살아남아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줬다. 그 유전자가 우리에게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런데 그 예민함이 지나치게 발휘되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실제로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 작은 변화에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면 그것이 병을 만든다. 면역세포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민감해져서 자기 세포를 공격하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예민함이 너무 자주 발동하면 여러 곳에 병을 일으킨다. 예민함은 몸을 긴장시킨다. 근육을 자주 긴장시키는 일이 오래 반복되면 잘 낫지 않는 만성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섬유근육통이 그런 경우다. 

피부 자극에 너무 민감해지면 오히려 피부질환을 만든다. 아토피 피부염은 얼마 동안 긁지만 않으면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아토피 환자는 대개 약간의 가려움에도 너무 민감한 사람들이다. 자꾸 긁어서 악화시켜온 것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능력이 그렇듯, 예민함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칼은 좋은 생활의 도구지만, 잘못 쓰면 사람을 상하게 한다. 불필요한 곳에 예민함을 쓰는 것은 칼을 잘못 쓰는 것과 같다. 불필요하게 예민함이 작동된다면 그 까닭을 알아내야 한다. 마음속 깊은 응어리가 원인일 수도 있다. 오래된 슬픔, 오래된 분노일 수도 있다. 

오래된 만성병은 대개 병의 뿌리가 마음에 있다. 마음의 문제를 풀지 않으면 완전히 낫기는 어렵다. 예민함으로 생긴 병의 치료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김종열한의원장,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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