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20년 대한민국 청년세대 변화 下 

(지난 호에 이어)
대한민국 청년들은 날로 감소하고, 결혼하지 않으며, 혼자 산다. 현재 1,000만명 수준인 만 19~34세 청년들은 30년 후면 절반인 500만명으로 쪼그라든다. 빠르게 소멸해가는 청년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통계청이 11월 27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2000~2020 우리나라 청년세대 변화’를 통해 청년들의 삶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자. 

수도권 5명, 영남 2명, 중부·충청에 1명 
청년들은 어디 살까. 청년세대 중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비율은 53.8%(549만 1,000명)에 이른다. 대한민국 청년 둘 중 하나가 수도권에 있다는 뜻으로, 2005년에 51.7%로 올라선 이후 계속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 대비 2020년엔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중이 4.7%p 늘었고, 호남과 영남권에 거주하는 비율은 각각 1.5%p, 4.1%p 감소했다. 

청년세대를 권역별로 20년간 추적해보니, 수도권은 49.1%에서 53.8%로 꾸준히 늘었고, 중부권은 12.6%에서 13.5%로 적으나마 늘었다. 반면 호남권은 11.5%에서 9.9%로 10%대가 무너져 4권역 중 가장 적게 살고, 영남권은 26.9%에서 22.8%로 크게 낮아졌다. 대한민국 청년이 10명이라면, 수도권에 5명, 영남권에 2명, 중부권과 호남권에 각각 1명이 산다는 의미다. 

청년들은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을까. 출생지 권역을 떠나 이동한 청년들은 2020년 20.8%로, 전 권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가장 많았다. 중부권에서 41만 8,000명, 호남권에서 42만 7,000명, 영남권에서 67만 5,000명이 이동했는데, 비중으로는 중부권의 83.1%, 호남권의 74.5%, 영남권의 75.9%다. ‘수도권으로 이주한 비수도권 청년’ 중 77%인 117만 8,000명이라는 숫자는, 전주시․익산시․군산시 전체 인구를 합친 규모다.    
권역 시군구에 빗대보면, 중부권에서는 논산시와 공주시, 충주시 인구를 합친 정도(42만), 영남권에서는 포항시와 통영시, 문경시 전체 인구(68만)의 청년들이 전출했다. 호남권에서는 익산시․영광군․정읍시의 총인구(42만)만큼의 청년들이 2020년 한 해에만 고향을 떠났다. 
 

5명 중 1명은 지방 떠나 수도권으로, 호남권 42만7천명 전출
낮은 소득, 높은 부채와 월세․생활비를 일찍 일하며 감당
삶의 만족도는 전 세대 평균 상회, 행복·자유·만족에 감사

원룸 월세 서울 69만원, 전국 37만원
이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청년 1인가구의 삶은 어떨까. 2022년 혼자 사는 청년 세대는 전체 청년 중 22.6%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 통계는 2015년 대비 53.8% 증가한 수준으로 특히 25~29살이 5년 사이 80.7%나 늘었다. 혼자 사는 이유는 ‘본인의 직장 때문(55.7%)’이 가장 컸다. 청년 1인가구의 절반(50.8%)은 ‘단독주택’에 살고, ‘아파트(20.8%)’, ‘주택 이외의 거처(오피스텔)(14.9%)’순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단독주택에는 일반단독주택이나 다가구단독주택 외에 영업겸용단독주택, 비거주용건물내 주택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살고 있는 청년들은 10명 중 6명(58.2%)이 월세를 낸다. ‘전세(26.6%)’나 ‘자가(10.5%)’보다 확연히 높은 수치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정도를 33㎡(10평) 원룸으로 볼 때, 서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9만원이다.(2023년 8월 다방) 이는 전년 동월(56만원) 대비 24.3% 상승한 수준으로 과거 10년 동안의 상승률 중 가장 높다. 이와 관련,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 실장은 “1인가구가 점차 증가하고 최근 역전세난 이슈가 겹치며 올해 평균 월세 상승률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은 평형일수록 월세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거비의 부담은 비단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전세보증금 평균은 1억2512만원이었고, 월세 보증금 및 월세는 1568만원에 37만원이었다. 
 

청년 1인가구는 생활도 버겁다. 청년들의 연평균 소득은 2162만원으로, 단순히 12개월로 나누면 월 180만원 정도다. 반면 청년 1인가구의 생활비는 161만원이니, 매달 19만원만 남는 셈이다. 청년들은 이 19만원을 모으고 모아 청년 평균 부채인 1172만원을 갚아야 한다. 

161만원 생활비 중 3분의 1인 48만원을 식료품비로 쓰는데, 이를 30일로 나누면 하루 1만6천원이다. 혼자 사는 청년이 외식이나 이벤트 없이 오직 삼시세끼 밥만 먹는다면, 한끼에 5천3백원만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3년 2월 서울의 냉면 가격은 1만692원, 비빔밥은 1만115원, 김밥 1줄은 3100원이었다. 

대학생 10명 중 3명이 돈 벌어
이 월세와 생활비, 대출을 청년들은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며 감당한다. 2022년 청년 세대의 67.4%가 벌어서 생활비를 충당했는데, 재학․휴학 중 돈을 버는 청년 비중도 2020년 13.3%에서 2020년 28.4%로 2배 이상 늘었다. 20년 전에는 대학생 10명 중 1명이 일했다면, 2020년에는 3명이 ‘알바’며 직업을 가지고 있다. 통계청은 이를 “고물가와 고금리를 비롯한 가계 재정 위축에 따라 학생들의 경제 활동 참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삶이 팍팍하다 보니 청년들의 마음 역시 날로 메마른다. 최근 1년간 3명 중 1명이 번아웃(소진)을 겪었고(33.9%), 이유로는 ‘진로불안(37.6%)’, ‘업무과중(21.1%)’, ‘일에 대한 회의감(14.0%)’, ‘일과 삶의 불균형(12.4%)’순이었다. 임신, 출산, 장애 등 비자발적 요소를 제외하고 은둔형으로 분류된 청년은 2.4%로, ‘취업의 어려움(35.0%)’, ‘대인관계의 어려움(10.5%)’, ‘학업중단(7.9%)’ 순이었다.

청년에 관한 비관적 숫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삶의 만족도’는 불쑥 솟아 빛난다.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6.7점으로 국민 전체인 5.9점보다 높다. 사회 신뢰도는 5.2점으로 낮지만, 행복감 6.9점, 선택의 자유에 대한 만족 6.9점이 평균을 끌어올렸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척박한 사회에서 막막한 삶을 살지만 행복과 자유, 만족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대한민국 청년들이 가진 힘이다.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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