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한국문화와 미래 일상의 관계’라는 주제로,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한류현상의 흐름과 독특한 한국 종교의 현상, 그리고 한국인의 통종교적 종교심성, 탈종교현상의 관련성 및 통종교적 K-종교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봤다.

그렇다면 한류를 비롯한 한국인의 종교심성, 한국문화 전반에 흐르는 공통적 특성들과 미래의 일상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올해 가을, 중남미 콜롬비아의 보고타와 메데진,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했던 워크샵의 주제는 ‘한류와 미래콘텐츠 워크샵’이었다. 이 워크샵의 주요 화두 역시 ‘한국문화와 미래일상의 관계’였다. 

전제하자면, 필자는 한국문화현상과 미래의 일상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스위스 루체른의 한 교수와 한국 코엑스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때 코엑스를 둘러보던 그 교수가 “마치 24세기에 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코엑스의 첨단 시설이나 기술적인 진보에 대한 감상이라기보다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필자는 한국의 대중문화, 한국 종교를 포함한 한국문화 전반의 공통적 특성을 ‘수용-융합-재창조’의 과정으로 본다. 내·외부적 조건들로 인해 한국은 주변 국가나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경험의 한계 안에서 대체로 199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문화는 소수적이고 주변적이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언제나 외국 노래나 영화, 드라마가 중심에 있었고, 우리 영화를 일컫는 ‘방화’라는 말은 다소 수준이 낮거나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를 중심으로 대중문화가 쏠리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역은 조금 더 독특하다.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공장이라면 1990년대까지 한국은 세계 애니메이션의 공장이었고 세계 최대의 OEM(주문자상표 부착, 설계를 제외하고 생산만 외주로 맡긴다는 뜻), 즉 하청왕국이었다. 

한국은 유럽과 미국, 일본의 선진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모두 받아들여 제작․납품하면서 세계 애니메이션의 트렌드를 경험했다. 이후 모방이든 편집이든, 융합의 과정을 통해 어느새 재창조의 과정을 이뤄냈다. 이제는 세계적 하청왕국에서 세계적 창작강국으로 거듭났다. 

인간 정체성의 위기, 인류 존재의 위기를 포함해 겪어보지 못한 변화를 예고하는 미래의 일상, 또는 미래 콘텐츠를 관통하는 키워드 역시 ‘변화에 대한 긍정적 수용과 융합, 그리고 일상에의 창조적 적용’이 아닐까. 수용-융합-재창조의 한국문화 전반과 디지털 혁명에 기반한 한국인의 ‘한국적 삶’이 미래적 일상에 대한 하나의 예시를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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