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한 해의 정리를 요구받는 12월이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2023년 우리가 서 있는 지구 환경은 어떤 모습으로 기록되었을까.

물 자원과 환경전문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이자 자선단체인 공인 수자원 환경 연구소(CIWEM)가 16년째 진행 중인 ‘올해의 환경사진상’이 선택한 2023년 지구의 위기가 발표됐다. 159개국 사진작가들이 출품한 2천5백여 점의 사진 중 대상을 차지한 것은 ‘등에 사육장’이라는 작품이다. 

까만 벌레들이 가득한 투명 텐트 안에 손을 뻗치고 있는 장면을 푸르스름한 조명으로 포착한 이 사진이 대상을 차지한 이유는, 이곳이 단백질 식품으로 쓰일 ‘곤충 사육장’이기 때문이다. 파리의 일종으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메리카 동애등에 또는 병사파리로 불리는 곤충을 송어와 닭의 사료로 쓰일 단백질 분말로 만들고자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교 연구진이 기르고 있는 곳이다. 이 사진은 코로나19 다음으로 찾아올 글로벌 팬데믹은 ‘식량위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미래 식량으로 곤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곤충은 물과 토양을 매우 적게 쓰면서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지속가능한 미래식품으로 연구되고 있다. 곤충 양식이 아직은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순환 경제나 가축을 위한 사료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사람을 위한 요리 재료가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시상식 중 ‘내일을 위한 적응’ 부문에서는 먹이를 찾아 도시 주유소에 날아든 까마귀 떼가 혼인비행 중인 흰개미들을 잡아먹는 사진 ‘침입자’가 1등을 차지했다. 사진은 야생의 까마귀가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 도시로 침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경고한다. 지난 6월 서울과 경기도 일부를 새까맣게 뒤덮었던 일명 ‘러브버그(사랑벌레)’도 이상기후에 먹이와 서식지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침입자였다.

미래 비전 부문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이 가장 심각한 땅으로 알려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찍은 ‘쓰레기를 가로질러’가 1등을 했다. 이 사진은 매일 수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646t에 대한 인증이다. 한 줌의 흙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쓰레기 더미 위에 다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지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우리의 미래’라는 데에 이의를 달 수 없다는 자괴감이 몰려온다. ‘나눔옷장’ 캠페인 사이트에 의하면 매년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옷 쓰레기양은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82,423t이나 된다고 한다. ‘쓰레기를 가로질러’ 걸어야 하는 미래가 우리라고 예외일까.

이미 지구온도 1.5℃를 넘나들기 시작한 지구 가열화는 가뭄과 물난리, 그리고 식량위기를 바짝 앞당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기후환경네트워크’로부터 기후위기 대응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 ‘오늘의 화석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화석연료 확대에 기여하지만 손실과 피해를 위한 기금조성에는 참여하지 않는 등 ‘기후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기후악당이라는 뜻이다. 

“현재의 강(强)을 남용만 하는 사람들의 장래를 지혜 있는 사람이 볼 때에는 마르는 물 속에 저 올챙이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보이나니…”(<대종경> 인도품 32장). 생명이 죽어가는 줄도 모르는 태평한 올챙이를 대신해 벌떡 일어나 발등의 불을 끄는 종교인이 돼야겠다. 시간이 많지 않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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