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소장
이준원 소장

[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소태산은 남성들만의 역사(Hi-story)를 종교영역에서 최초로 깼다. 108년 교단사는 정녀와 정토, 특신 여성 교도들이 혈심혈성으로 일궈온 ‘여성의 역사(her-story)’이기도 하다.

사타원 이원화 선진(1884~1964)은 교단의 첫 여성 제자, 여성 전무출신 제1호다. 훈훈한 인품, 활달한 성격, 뛰어난 음식 솜씨를 지닌 ‘영산의 어머니’였다. 교단 창건사에 밑돌이었다. “일찍부터 도인을 만나서, 도를 배우고 후원하고 싶은 서원을 세웠는데, 우연히 주세불 소태산을 만나 구도를 돕고, 회상 창립에 행복을 누렸다”고 지난 삶을 회고했다. 

“영신아! 기관차의 힘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 “기관을 움직이는 기관수의 힘인가 합니다.” “그럼 너도 저 기관수와 같이 후진을 이끄는 사람이 되어 주려무나.” “기관수 노릇을 어떻게 해야 잘하나요?” “기차가 탈선을 안 하면 목적지에 이르듯이 네가 할 역할만 잘하면 된단다.” 교단의 제1호 여성 교무 융타원 김영신 선진(1908~1984)과 소태산의 문답이다.

교단 최초의 정녀 전무출신은 공타원 조전권 선진(1910~1976)이다. “나는 예수님을 친견했다”는 부친 경산 조송광 선진의 인도로 출가한 이후, 감동을 주는 설교로 ‘전법교화의 화신’이 됐다. “세상에 가장 기쁜 일은 정법의 스승을 만나 공부하며 정로(正路)를 찾을 때이고, 가장 슬픈 때는 정법의 스승을 잃고 악도에 타락할 일만 하면서 참회할 줄 모를 때다”라고 했다. 

속담에 ‘남편은 두레박, 아내는 항아리’라고 한다. 남편이 못하면 아내가 두레박 역할을 해야 한다. 출가한 남성 교역자의 배우자인 정토의 눈물과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살림살이, 자식 농사에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까? 

정산종사께서 ‘정토회(正土會)’를 만든 것은 소태산의 뜻을 이어받아 출가교역자와 동등하게 예우하기 위함이다.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울림이 있다. “초록아! 넌 청둥오리라는 걸 잊지 마. 넌 아빠처럼 유능한 파수꾼이 될 수 있어. 힘껏 날아봐. 엄마가 지켜볼게.” 정토의 마음은 모성애다. 

‘정녀공덕탑’과 ‘정토공덕탑’이 세워질 미래의 그 어떤 날을 그려본다. 장소는 실상초당 인장바위 아래, 공덕탑은 소박하게 하면서도 고마움이 우러나와 윤기가 빛나야 한다. 공덕문은 어떻게 새길까? “교단사는 무대 앞의 역사와 무대 뒤의 역사가 있다. 한뜻 한길로 묵묵히 살아오신 삶을 길이길이 기립니다.”

/솔로몬연구소

[2023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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