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해 기자
장지해 기자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내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한 문장만 보면 대부분은 ‘그래, 연말에 당연히 나올법한 이야기이지’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9월 중순, 한 해의 1분기 이상 남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면 어떨까. 

원불교신문사의 ‘내년’은 4개월 전 시작됐다. 그리고 차곡차곡 준비됐다. 10회. 내년을 준비하는 편집회의의 횟수다. 여기에는 그야말로 건물 안에서 ‘회의만’ 하느라 주변을 즐기지 못했던 일정도 있고, 전무출신 훈련을 받는 교무들을 위해 식구들이 훈련원에 들어와 회의한 일정도 포함이다.

다음해를 준비하려면 올해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수임에 따라, 우리는 자신이 담당한, 또는 기획한 지면은 물론 지나온 길과 방향을 샅샅이 훑고 분석했다. 좋았던 점은 당연하고 스스로 아쉬웠던 점이나, 다른 아쉬운 점도 가감없이 꺼냈다. 이에 바탕해 ‘새로움’을 만드는 여정에 나섰다.

우리는 어떤 계획을 단숨에 준비하고 결정하기보다, 충분히 준비하고 대화하고 보완하고 다시 이야기 나누며 다듬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약 3개월 반, 일부러 딱 맞춘 듯 열 번의 회의를 거쳐 내년 편집 구성을 완성했다. ‘함께’ 만든 결과에 대해 구성원은 ‘같이’ 만족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공유했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하나로 뭉쳐지는 효과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준비된 내년’을 기다리는 원불교신문사에는 요즘 두근거림이 가득하다. 한 해가 끝난다는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해에 만나고 만들어갈 이야기들에 설렘이 큰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교단 전체의 분위기에서는 그러한 설렘이 느껴지지 않아 초조하다. 새해가 곧이고, 교단 제4대의 시작도 코앞인데 ‘준비된 내년’을 맞이하는 느낌이 영 없다. 내년은 ‘원불교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될 교단 제4대가 열리는 때이고, 소태산 대종사의 경성 상경·만덕산 초선·중앙총부 건설 100주년 등의 가슴 벅찬 이야기가 넘치는 해다. 특히 내후년인 2025년에 치러질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0년 만에 종교인구 조사가 겸해질 예정이라, 우리에게 내년은 더없이 중요하다. 입교 운동이든, 가족교화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치고 나가는 일이 1월 1일부터 ‘당장 시작’ 돼도 촉박하고 부족할 수 있다.

내년이 돼서 내년을 준비하면, 늦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교헌개정, 수위단원·종법사 선거, 대사식, 그로 인한 큰 규모의 인사이동 등 다양하고 굵직한 현업들이 대기하고 있다. 현업을 잘 치러나가는 것만큼이나 다음을 준비하는 일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그 준비는 지금이라도 시작돼 내년부터 바로 추진돼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미리 연마’를 말씀하셨다. ‘내년’은 ‘내년’에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미리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당장 시작’이 가능하다.

[2023년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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