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섬유근육통이라는 병이 있다. 목, 가슴부터, 어깨, 팔, 다리 등등 온몸이 아프다. 밤에도 아프니 잠을 못 자고 늘 피곤하다. 

요즘 많이 증가하고 있는 병인데 통증 원인을 모른다. 처음에는 류머티스의 일종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 그런데 환자는 아프다 하니 정신병으로 취급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환자의 증상을 점수화해서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하는 진단법이 확립됐다. 얼굴, 목, 가슴, 팔, 다리까지 온몸 각 부분에 통증이 ‘얼마나’ 있는지, 그 통증이 생활에 불편을 ‘얼마나’ 주는지를 살펴 진단한다.

아직 환자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지만 이 병은 예민함이 만들어낸 병이라 판단된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매우 예민하다. 아파서 더 예민해지기도 했겠지만, 원래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 이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본다. 

보통 수준을 넘는 예민함과 함께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대개 마음 속에 깊은 응어리를 갖고 있다. 예민한 사람이 지울 수 없는 응어리를 가지면 그 몸은 폭탄을 맞은 것과 같다. 매 순간 지우기 힘든 감정의 폭탄이다.

어디 가서 말을 할 수도 없다. 말을 해봐도 풀리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만’ 강하고 오래된 감정 덩어리다. 그 감정이 예민한 성격에 편승해 조그만 심리적 자극에도 다시 올라오고 또 다시 올라온다. 그래서 그 몸이 수시로 폭탄을 맞는 것이다.

그래서 섬유근육통은 약으로만 치료될 병이 아니다. 그 응어리를 먼저 풀어야 한다. 응어리를 푸는 방법은 먼저 그 응어리를 직시하는 것이다. 봐주지 않으면 응어리는 외면당한 어린애처럼 더 떼를 쓴다.

물론 섬유근육통에도 한약이 효과가 있다. 한쪽 기능의 약화로 균형을 잃은 몸의 밸런스를 회복시켜 주는 한약은 통증 질환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질병 초기라면 한약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오래 묵은 병이라면 ‘항상’ 문제의 뿌리를 찾아 해결해야 병을 고칠 수 있다.

/김종열한의원장,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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