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숭선 교도
라숭선 교도

[원불교신문=라숭선 교도] 반백일 정진기도를 시작할 때는 단풍이 채 물들지 않았는데, 정진기도가 끝나고 보니 어느덧 곱게 물든 단풍잎이 모두 낙엽으로 떨어지는 초겨울이 됐다. ‘이번 기도는 더 정성을 모아야지’ 하며 시작할 때 나름의 다짐이 있었다.

나는 9월부터 <대산종사법어> 사경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이번 후반기 반백일정진기도 시간에 <대산종사법어>를 봉독하게 됐다. 그래서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경을 계속하면서 반백일정진기도 회향일인 11월 22일이 지난 후 다음날 아침까지 <대산종사법어> 사경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기도 기간에 경계에 부딪히지 않도록 마음을 더욱 더 살피면서 공부에 임하려고 노력했기에 즐거운 시간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5시에 교당에 나와 심고를 올리며, ‘오늘도 새로운 날을 맞이해 새 몸 새 마음 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짐하고, 매일 법신불 사은님께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거실에서 불을 끄고 나오면 깜깜한데 현관문을 열면 센서등이 밝게 켜지면서 환하게 비춰 신발을 신을 수 있다. 센서등은 계단을 내려올 때도 불을 환히 비춰서 계단을 어렵지 않게 내려올 수 있다.

그때 순간! ‘아~ 내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때, 이렇게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갈 때 비추는 불빛이 없다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움 속에서 헤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우리 원불교 공부는 그 어둠을 밝게 비추는 한 줄기 빛이 되겠구나” 확신이 들고 마음공부를 더욱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원불교 공부는 절대 쉬운 공부가 아니다. 무엇보다 쉬지 않고 꾸준히 해야 된다는 것이 내게는 제일 어려운 일 같았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를 이겨가는 공부를 해 보려고 한다.
 

우리 원불교 공부는
어둠을 밝게 비추는
한 줄기 빛.

기도를 올릴 때는 무엇보다 마음이 요란하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기도를 올리기 전에는 청정한 마음을 모으는 입정을 하듯, 일심 정성 정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정진기도 때는 기도 시간 내내 몸이 불편해 많이 힘들었다.

오래 전부터 허리 협착증이 있었는데, 기도 기간에는 심한 통증이 다리까지 내려와서 앞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제일 뒷자리로 옮겨 앉았다가 섰다가, 의자를 붙잡고 까치발을 딛는 운동을 하면서 선채로 기도를 올렸다.

그때 마음에 후회가 들었다. ‘공부는 한 살이라도 젊어서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나이가 들어 공부하려니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이제는 기억력도 없어지고 건강도 잃어서 몸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싶어서다.

이번 반백일 정진기도를 마치면서 내년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그러나 몸 불공을 잘 해보리라는 다짐을 다시 해 본다. 또한 앞으로도 기도를 빠진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지금’ 더 적공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깊어진다.

/영등교당

[2023년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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