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회복’과 ‘혁신’을 교단적 화두로 삼아 지나온 원기108년.
전국 방방곡곡, 다양한 재가출가 교도들과 많은 교화 현장의
이야기를 만나온 기자들에게 올 한 해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Q. 올 한 해를 회고해본다면.
유원경 급작스러운 사건들이 많아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교단이 백 년을 넘어가며 가지고 있던 공업을 하나씩 풀어가는 단초가 되는 시기였다고 본다.
민소연 오랜 침묵과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썼던 한 해였다. ‘꿈틀꿈틀’ 그게 어떤 방향이든, 뭔가 계속 변화하면서 내가 가진 틀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이현천 ‘옹리혜계(甕裏醯鷄)’라는 말로 표현해 본다. 세계와 세상을 바라보며 할 일이 많은데, 술독 안의 초파리처럼 작은 부분에 힘을 많이 뺏긴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반구저기(反求諸己)’,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는 한 해였다. 취재 다니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다시 새기면서 ‘잘 보고, 잘 듣고, 잘 쓰고 있나’를 자주 생각했다.
김도아 MZ스러운 줄임말을 골라봤다. ‘입신양명’이다. ‘입사해서 신났는데 업무 양에 명줄이 짧아졌다’는 뜻이다(웃음). 두 번째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의 ‘중꺽마’다. 많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것을 올바르게 하면 꺾이지 않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운 한 해였다.
장지해 근본을 항상 돌이켜서 살펴본다는 뜻의 ‘회룡고조(回龍顧祖)’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본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 해 내내 다른 길로 나갔던 것 같지만 결국 다시 그 정신으로 돌아왔다.
이여원 ‘견리망의(見利忘義)’, ‘이로움을 쫓다가 의로움을 잃었다’는 뜻이다. 올 한 해, 한쪽만 보면서 이익을 추구하다가 의로움을 잃는 우를 범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원불교신문사가 원불교의 등대 역할을 한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Q. 올 한 해 ‘혁신’을 화두 삼아 달려왔는데.
이여원 혁신의 과정을 보며 ‘우리가 혁신하고자 하는 본의와 본질이 뭘까’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더불어 소태산 대종사님의 제자된 도리는 무엇일까를 연계해 고민했다. 변화와 혁신은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원경 이제 포인트는, 교단 제4대에 이 혁신을 어떻게 가져가고 조합할 것인가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지나갔고, 지금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방향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연구, 정책, 요청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혁신’이 교단 제4대에 이어지길 바란다.
민소연 솔직히 혁신에 대해 중앙과 지방(현장)의 온도 차가 크다. 현장에서 많은 분을 만났지만, 혁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현장에는 시급한 문제가 산적돼 있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찬반 논쟁을 하면서 들이는 관심, 에너지, 인재의 소모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
장지해 현장에서 혁신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서 바라는 모습을 혁신안에 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수의 일반 대중이 원하는 혁신을 어젠다 삼지 못한 건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그런 요구들이 잘 담겼다면 준비와 협력이 잘 됐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 같이 만드는 혁신이 됐을 것이다.
김도아 얼마 전 원불교청년회 부회장이 인터뷰하며 ‘교단에 서운하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는 저희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청년도 있었다. 혁신 과정에 청년을 위한 내용이나 시도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
이현천 지금의 우리에게 혁신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사건에서 촉발해 혁신이 진행되다 보니, 수습 방법이 스마트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혁신에 대한 차가움과 무거움이 컸고, 교단의 분위기까지 많이 달라지게 만들었다.
유원경 사실 ‘혁신을 해야 한다’라는 분위기만이라도 전 구성원이 공감했다면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게 되지 않았고, 단기간에 추진하고 결과물을 내려다보니 제대로 된 연구가 되지 않았다.
장지해 과정상에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지만,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탓하는 걸로만 끝나면 안 된다. 지나간 2년은 붙잡아봐야 소용없고, 4대에 어떻게 조합해 새롭게 혁신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건강한 혁신은 계속 돼야 한다. 이제부터는 우리 몫이다. 


Q. 코로나19 이후의 교화 현장에 대해.
김도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입교해서 그 전의 상황을 잘 모른다. 하지만 원음합창제 때 ‘만나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손잡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교무님 목소리에 지난 3년이 다 담겨 있었다. 보은장터가 열렸을 때, 눈시울을 붉힌 교도님들도 있었다.
이현천 청운의 꿈을 안고 나선 첫 발령지에서는 농촌교화의 어려움과 지역 소멸을 몸소 느끼고 보았고, 이후 초대형 교당으로 두 번째 발령을 받았을 땐 코로나19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의 쓸모가 없구나’ 싶어 우울감이 컸는데, 요즘 교화현장을 다녀 보면 싹이 다시 트는 느낌이 든다. 확실히 교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이 싹을 꽃과 나무로 어떻게 키워갈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장지해 코로나19 상황 이전보다 요구와 욕구는 훨씬 높아졌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현장은 너무 처참해져서 녹록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회복과 전환의 찬스인 이 시기에 신문사는 ‘이렇게 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고,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는 교화 현장들에 고맙다.
민소연 나는 어렸을 때 원불교가 잘되는 것을 보고 자란 세대다. 하지만 이러한 부귀영화를 누려보지 못한 젊은 교무님들이 많다. 이들의 정신건강을 살피는 것이 ‘회복’의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인력과 재정을 보내달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이 두 가지가 좀 더 살펴지면 잘 회복되리라 본다.
이현천 나비효과처럼, 현장에서 일어나는 작은 시도와 새로운 일들에 대한 도전에 기성 세대들의 무조건적인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되겠어?’ 또는 ‘일단 이거 먼저 해’ 보다는 ‘한번 해봐’와 같은 기회를 주면 좋겠다.
유원경 교당에서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교도님들의 마음과 삶을 어떻게 보듬어줄까 고민해야 한다. 또 현 정부에서 ‘마음공부 의무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원불교는 종립학교와 인성교육에 대한 체계적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경험도 있다. 다만 이제는, 청소년교화에 있어 ‘등록돼야 교도’라는 마인드를 버리고 ‘마음공부하는 공부인이 교도’라고 여겨야 한다. 마음공부를 통해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폭넓은 교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여원 코로나19를 겪으며 현장 교무님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네이버 밴드 등 SNS를 활용해 좌선·염불·법회 등을 송출해야 하는 상황이 피로도를 더 높였다. 여기에는 시대화하고자 하는 교무님들의 헌신이 있다. 이러한 교무들의 피로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혁신의 물꼬가 되리라 본다. 교무 한 명은 교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교단 4대에는 많이 언급되길 바란다.
장지해 ‘단 한 명’이라도 더 교화하려고 노심초사하는 교무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많이 속상했다. 혁신이든, 행정이든, 신문을 만드는 일이든, 뭘 갖다 대더라도 결국 우리의 목적은 ‘교화’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민소연 지금 종교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고향을 떠나 이주한 청년들이다. 이들은 많이 죽기도 하고, 가난하고, 외롭고, 위험하고, 우울하다.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런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김도아 미국인 교도를 인터뷰할 때, 그분이 ‘한국=내 종교의 나라’로 인식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원불교가 K-종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교무님들이 가슴에 품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Q. 교단사에서 알토란 같은 디딤돌이 있다면.
김도아 원남교당의 탄생이 아닐까 싶다. 청년들에게 원남교당의 존재는 ‘나이키 운동화를 산 기분’이라고 표현된다. 원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원남교당을 보여주면 자부심이 생긴다는 의미다.
장지해 남들이 잘 모르는 이 종교를 먼저 알아 이만큼 성장시켜놓은,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다수의 재가출가 교도님들이 숨은 보물이자 디딤돌이다.
이여원 교무님의 말씀을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교도님들이 중요한 디딤돌이라 본다.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민소연 교단에 우호적인 비교도, 즉 신자들이 디딤돌이다. 앞으로 원불교가 해야 할 일이 많고 그만큼 도움도 많이 필요한데, 원불교가 뭔가를 한다고 할 때 교도는 아니지만 한번에 오케이 할 수 있는 비교도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현천 재가와 출가가 동반자로서, ‘나는 이렇게 할 테니 누구씨는 이 부분을 도와줘요’라고 하는 파트너적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가 중요한 디딤돌이 되리라 본다.
유원경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법맥이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모든 교도가 공부심을 챙겨 제대로 공부한다면, 우리 교단은 문제가 없다. 교단의 가장 큰 디딤돌은 각자의 공부심이다.
 

Q. 교단 제4대 설계에 대하여.
이현천 대(代)가 넘어가는 것을 처음 겪다 보니,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도 된다. 설계안은 공부, 현장 등 많은 것을 고려해 잘 담아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설렘에 무게를 두는 동시에, 새롭게 맞는 변곡점이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지만 함께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장지해 세상에서는 100년으로 한 세기가 바뀐다고 말하지만, 우리에게는 대가 바뀌는 때가 새로운 세기가 열리는 차원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원기109년은 ‘원불교의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다름없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4대는 진짜 내가 온전히 살 시대이고 나의 것이구나’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게 되고 주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김도아 원불교가 어렵고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신입교도의 눈으로 보면 ‘가장 비전 있는 종교’이기에 선택한 종교가 원불교다. 비교도나 신입교도의 눈에는 ‘원불교만의 순정’이 보인다. 그 순정만 밀고 나가도 별도 혁신은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소연 교단 제3대는 말 잘 듣는 사람이 말 잘 듣는 사람과 이뤄냈던 역사라면, 교단 제4대는 말 잘 듣는 사람이 말 잘 안듣는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유원경 3대 설계위가 만든 자료를 보면, 교단 제3대를 분석한 내용에 놀란다. 그러나 돌아보면 반도 실행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과거의 계획이 얼마나 실천됐는지 제대로 된 평가와 결산이 이뤄져야 4대 설계에도 반영이 될 텐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쉽다.
이여원 교단 제4대 출범을 앞두고 인재양성·인재발굴·거점교화·인사정책·정양 등 다양한 현안을 읽어냈고 연구할 것이기에, 해답도 잘 찾아내리라 본다. 이러한 현안들을 잘 해결해나갈 젊은 교무들이 있어 교단 제4대는 희망적이다.
 

Q. 기억에 남는 사람 또는 한마디.
유원경 세상을 위해 보은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과 이야기를 가진 교도님들이 모두 소중하다. 특히 얼마 전 인재양성 후원광고를 해주시면서 공익사업을 할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하셨던 동해교당 故 강법장 교도회장님과 조선익 교도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민소연 영등포교당 103세 허의상 교도님의 한 마디가 오래 남는다. “남 듣기 싫은 소리 가슴 아픈 소리 하지 않아요. 은혜로운 말만 해도 100년이 금방입니다.”
이현천 “밖에서는 관장이지만 안에서는 제일 머슴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힘들고 쉬운 일이 따로 없다”고 한 아미미술관 박기호 관장님의 말이 깊이 남아있다.
김도아 감사생활 캠페인 취재를 다니며 태교를 할 수 있어 감사했다. 그중에서도 최대법화 교도님과 전귀은 예비교무님이 공통으로 했던 “사은님이 나를 어떻게 살려놓으셨는데 허투루 살 수 있겠냐”는 말은 쓰임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장지해 얼마전 만난 이해인 수녀님이 액자에 적어 준 한 문장을 오래 곱씹어보게 된다. ‘늘 푸른 평상심으로도 바다가 출렁이는 설레임.’ 고요한 가운데 생생약동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 같다.
이여원 “풍경이 자기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바람 때문입니다. 관계는 내 존재의 가치입니다. 당신이 있으니 내가 있습니다.” 정호승 작가와의 대화가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줬다. 
장지해 기자방담을 준비하며 ‘우리 신문사는 어떤 역할을 했고, 해야 할까’를 많이 되새겼다. 같은 교단 안에 살면서도 무엇을 경험하고 보느냐에 따라 시야와 깊이가 달라지는데, 우리는 그 경험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그리고 먼저 하고 있다. 이를 교단을 위해 잘 쓰는 게 신문사의 중요 역할이겠다.

진행=이여원 기자 | 정리=장지해 기자
 

[2023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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