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교단 제3대가 마무리된다.

원기73년(1988)에 시작해 36년간 이어져 온 교단 3대의 역사는 영광과 굴곡이 어우러진 지난한 길이었다. 이 시대는 33년간 원불교를 이끌어 온 대산종법사 시대의 마지막 4년을 포함 좌산종법사 시대 12년, 경산종법사 시대 12년에 이어 전산종법사가 5년째 교단을 이끌고 있다. 4명의 종법사 시대를 거쳐온 교단 3대는, 그러나 결코 만만치 않은 시대흐름 속에서 격동의 교단사를 형성했다.

교단 3대의 출발점인 1988년은 한국사회가 88서울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온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었고 경제적으로도 비상의 발판이 됐다. 또 정치적으로도 군사정권의 종식을 가져옴으로써 자유사회로 나아간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과 재테크란 명분의 투기적 부동산 거래를 통해 물욕 중심의 발전을 지향함으로써 아귀적 가난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이는 물질적 풍욕 속에서도 끊임없이 빈곤에 허덕이게 하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 시대의 물질적 발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제3의 물결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이란 물질문명의 도래가 당연시 되었고,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눈부셔 전문가들마저도 시대흐름을 따라잡기에 급급해 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편리와 행복을 중심으로 전개되기보다 자본을 빨아 당기는 진공청소기가 됨으로써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자본경제 중심의 국제사회는 그래서 더 치열하고 불행하다.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에도 국제사회는 국지전 형태의 전쟁을 멈춘 일이 없다. 지금도 익히 알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데, 이 역시 권력과 이권의 상관관계 속에서 대리전 양상을 갖는다. 물론 이로 인한 가장 큰 불행과 피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개인을 향해있다. 

교단은 이 속에 있었다. 

한국사회의 산업화 이후 농촌 공동체가 급격히 해체되면서 농촌 중심의 교당 교화공동체 역시 위기를 맞았다. 수도권 혹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정서를 지방 소도시에 본부를 둔 교단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고, 더구나 급변하는 시대정신과 코드를 따라잡기 어려웠던 것이 교화정체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종법사 중심의 지도체제에 의지한 교단구성원들의 개척정신 퇴행과 물질지향의 세속적 가치관이 팽배해진 것도 교화 정체의 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4대 종교 반열에 올라 소리 없이 한국사회의 정신건강과 도덕성 회복을 위해 애쓴 재가출가 교도들의 헌신적 노력은 분명히 높이 드러내야 할 부분이다. 작은 종교 원불교를 이웃종교인들은 거대하게 대하고 있다. 
다시, 분(忿)발하자.

[2023년 12월 2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