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규정〉에 기반해
교당의 업무와 책임, 임원진의 역할은 물론
조직에 맞춰 각 분과 조직하며 훈련 강화.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건물 외관, 아담한 카페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교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초록잎 싱싱한 작은 화분들에 눈길이 머문다. 연약한 뿌리를 잘 내리며 겨울을 이겨내는 저마다의 식물들, 보살피는 손길이 있음이다. 

교당 현관 모퉁이를 돌아서야 법당의 일원상과 마주할 수 있다. 그 시간, 마음을 챙기는 잠깐의 시간과 딱 맞춤이다. 흰색 포를 씌우는 기존 불단의 불편함을 대신한 화이트 인조대리석 불단. 공간을 살려내기 위해 불전함도 앞이 아닌 옆 공간에 두었다. 

하이라이트는 법신불 일원상을 ‘따듯하게’ 받치고 있는 흰색 배경이다. 전문가의 색 조합에 따라 흰색도 ‘따듯한’ 흰색이 될 수 있음을, 이곳에서 깨닫는다. 법신불 전, 두 손 합장한 이들의 마음에 따듯하게 전해지는 온기는 온전한 위안이 될 터다.

인터뷰는 “작은 교당의 샘플이 되고 싶었다”는 정봉원 주임교무의 교당 리모델링 이야기로 시작됐다. 
 

‘종교성’과 ‘공간 활용’
“교당을 리모델링 하면서 주안점을 뒀던 두 가지는 ‘종교성’과 ‘공간 활용’이었다.” 정 교무는 법당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중문을 따로 설치했다. 평소에는 전체 법당으로 사용하지만, 소모임이나 교도 상담을 위해 중문을 닫으면 ‘하나지만 따로’인 공간이 된다. 

교당 층고도 공간을 최대한 살려 부분적으로 높였고, 그곳에 실링펜을 달아 냉난방을 효율적으로 조절했다. 연등을 달 수 있는 고리(연등고리)와 선을 꽂을 콘센트도, 처음 리모델링 설계 때부터 구상했다.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 교무는 자신이 연마한 내용을 때로는 그림으로 보여주며 전문가와 세심하게 상의했다. 교당 곳곳, 허투루 된 공간이 하나도 없는 연유다.

카페트 대신 전기판넬로 온기를 온오프 할 수 있는 불단좌식, 접이 테이블이 있는 법당 의자, 피아노와 하나인 듯 비춰주는 조명까지. 한실교당의 공간 활용 지혜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다.
 

정봉원 교무.
정봉원 교무.

자산을 수호하는 훈련, 재판
원기102년 대구경북교구 상인교당(현 한실교당)에 부임한 정 교무. 첫 주임교무로의 ‘설레는’ 부임이었다. 정 교무는 그때의 심정을 “그동안 기관에 많이 근무했던 터라 의기충천으로 부푼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학교는 몇 개인지, 부임지를 검색 뷰로 파악하며 교화를 구상했던 정 교무는 부임 1주일 만에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고장 난 보일러로 인해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세수하고, 패딩 코트와 털모자까지 장착하며 전기난로와 텐트에 의지해 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정 교무. 부임 전 구두로 진행된 교당 매매건으로 얽힌 세입자가 언제 들어올지 몰라, 짐도 못 풀고 보수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선진님들은 그 엄동설한에 방언공사도 하셨는데, 그보다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찐 웃음을 보이는 정 교무다. 그러나 추위보다 더 힘든 건, 교당의 채무였고 아울러 세입자와 얽힌 매매 관련 재판이었다. 세입자가 교도와 관련돼 있어 더 힘겨웠다. 

당시 교당의 존속까지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기에, 긴장과 두려움이 최고치에 달했다. 그럼에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정 교무는 교당 임원진들과 법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재판에 임해 ‘교단의 자산수호와 교화’에 매진했고, 결국 자산을 지켜냈다. 

정 교무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매번 두려움과 긴장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재판의 과정이 자산을 수호하는 훈련이라 생각하니 힘이 났다.” 
 

‘법대로 교무님’
2년여의 재판, 그 힘겨웠던 과정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극하면 진리가 응하는 법. 교무와 교도 임원진은 수시로 상황을 공유했고, 법원에 동행하며 하나가 됐다. 전화위복이었다. 정 교무는 재판에 임하면서도 <교당규정>에 기반해 교당의 업무와 책임, 임원진의 역할은 물론, 조직에 맞춰 각 분과를 조직하며 훈련을 강화했다. 훈련덕분인지 교도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그에 맞게 주인이 됐다. 원기105년 한 명의 신입교도로 3년 동안 법회를 봤고, 지금은 신입교도가 5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강연, 사회자훈련, 재가교역자훈련, 단장중앙훈련, 항단회 등 각종 훈련과 체육대회, 교리퀴즈대회, 독경 및 성가대회는 물론 어린이법회 개설, 여성회 창립 등 알뜰하게 진행했다. 회의와 훈련으로 교도들은 더욱 단단해졌고 교법으로 무장이 됐다.

작은 교당에 사회자, 독경반, 성가지도, 반주자, 원티스등록, 오락담당, 차량담당까지 있다. 교화도 빠른 회복세를 보여 5급지 교당에서 4급지로 상향됐다. 규정에 정해진 대로 훈련을 진행하고 교육하는 정 교무를 교도들은 이렇게 호칭한다. ‘법대로 교무님.’ 

이전봉불과 불사를 위한 천일기도
부임 첫해부터 목숨처럼 지켜온 것이 또 있다. ‘기도’다. 교당 주변 유주무주 고혼들을 위한 1주일 기도를 시작으로, ‘가정축원기도’ ‘차량안전기도’ ‘자녀축원기도’ 등 매달 주제를 정해 기도를 올렸다. 두 번의 반백일 기도를 올린 후에는 이전 봉불을 위한 천일기도를 결제했다. 천일기도 100일 되던 날, 현재의 신축건물을 매입하는 감응을 받았다. 한실들(동네이름)로 들어와 새롭게 시작하고자 ‘넓고 크다’는 뜻의 ‘한실교당’으로 교당명도 바꿨다. 그리고, 드디어 원기104년(2019) 5월 26일 거룩한 봉불식이 거행됐다. 

한실교당, 조불불사 위해 도약
직업 특성상 일요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한 교도는 자신이 원하는 평일에 교무와 함께 일대일 법회를 본다. 교도 한 명을 위한 수시법회다. 목요신입교도법회, 정례법회(일요일), 어린이법회까지 한실교당은 일주일에 4번 법회를 진행한다.

원기105년(2020)부터 교도들과 소통하고자 매일 아침 쓰기 시작한 정 교무의 법문편지는, 교도들이 각자의 지인들에게 배달하며 원불교 법문을 알리고 있다. 또한 이웃과도 친분을 다져 서로 음식을 나눠 먹고, 챙기는 등 동네에서 든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달서구 끝자락의 신도시라 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한 한실교당, 정 교무가 모두에게 인사말을 전한다. “달서구나 달성군에 인연이 있는 분들 한실교당에 인연 걸어주시고, 언제든 수목원 근처에 오시면 교당도 꼭 방문해주세요. 교화로 교단에 보은하고자 교도님들과 파이팅하겠습니다.”
 

[2023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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