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소장
이준원 소장

[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속담은 알기 쉽고 깊이가 있다. 세월 속 검증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여름에 먹자고 얼음 뜨기”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솥 씻어 놓고 기다리기”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잎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 준비는 남이 대신해 주지 않는다. 일원회상은 108년이 한 도수(度數)다. 시간을 재는 단위가 다르다. 등락하는 성쇠(盛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 

“너희들이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은 한 개인을 위하고 한 가정을 위한 일이 아니다. 세계 사업을 하는 것이다(<대종경> 실시품 4장).” 소태산의 말씀은 사과 속 씨앗을 보지 말고, 씨앗 속 사과를 보라는 것이다. 한 개인이 자력을 갖춰 가정을 일구는 것도 30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제생의세 사업은 얼마나 걸릴까? 36년은 일원회상 1대, 108년은 한 도수다. 

회상 창립 제1대 제1회는 교단의 정신적·경제적 확립을 굳건히 했다. 원기13년(1928) 공동생일을 기하여 제1회 기념총회를 열었다. “후진들은 선진들에게 늘 감사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나서 업어서라도 받들어 주어야 할 것이요, 선진들로서는 후진들에게 또한 늘 감사하고 반가운 생각이 나서 업어서라도 영접하여야 할 것이다.” 유공인 표창 후에 하신 소태산 설법에 깊은 뜻이 있다. 선진과 후진이 대(代)를 이어 세계사업을 도모하는 일원회상이다.

지식과 기술의 진부화(陳腐化) 속도가 빠른 시대다. 과거를 비우고 미래를 담아야 한다. 멀리 보면서도 가깝게도 살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섬세해야 한다(From big picture to details). 지식과 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에 모든 학문을 준비해 학업에 매진해야 한다(<정전>, 최초법어-수신의 요법). 혼자서는 못하니 십인일단이다. 집현(集賢)의 집단지성이다!

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모토는 ‘셈페르 파라투스(Semper Paratus)’다. 라틴어로 ‘항상 준비된(Always ready)’이란 뜻이다. “우리는 부름에 항상 준비돼 있다. 당신을 믿는다. 파도와 폭풍우, 강풍이 몰아쳐도 우리들 임무는 더 높다.”

교단 3대를 마감하고 교단 4대를 맞이하면서 “세계를 맡긴들 못할 것이 무엇이오?”라 하신 소태산의 자부심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신앙과 수행, 공부와 사업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혈심혈성의 특신정예·금강결사(特信精銳·金剛結社)가 나와야 할 때다.

/솔로몬연구소

[2023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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