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어로
원불교의
이념과 철학을 공유.

[원불교신문=조덕천 교도] 원불교에스페란토회에서는 올해도 국제 선방을 열었다. 벌써 17차다. 20여 년간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석하며 원불교를 알려왔고 한국에서도 해마다 에스페란토 국제 선방을 진행해왔다. 원불교 교리로 외국인과 함께 한글이 아닌 ‘에스페란토(Esperanto)’로만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종교의 울을 넘어 거부감 없이 하나됨을 느낀다. 

국제 선방은 말만 에스페란토로 할 뿐, ‘원불교 선방’의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 에스페란토가 서툰 사람을 위해 한국말로 번역도 해주고 한국어 사용도 눈감아 준다. 압권은 아침 좌선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며 좌선에 참여하는 회원들을 보면 숭고함마저 깃든듯하다. 종일 원불교의 기본 교리를 배우며 성지 곳곳을 산책하고 자유토론 발표도 한다.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저녁 108배 시간에 빠지지 않는다. 에스페란토 내레이션을 들으며 천천히 절을 하고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는 모습도 감동이다. 이 선방은 ‘처음’ 참석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참석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종교를 떠나 단골로 참석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한 분이 있었다. 좌식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이지만 큰 체구를 쭈그리고 앉아 좌선하는 분이었다. 바로 헝가리에서 해마다 참석하시는 마르쿠스 가보르(Markus Gabor) 박사님이다. 리투아니아의 최대석 원무님이 에스페란토로 번역한 우리 <원불교교전>에 반해서 온 분이다. ‘처처불상 사사불공’ 과 같이 어려운 법문도 에스페란토로 척척 구사한다. 세계대회 때마다 원불교에 대한 강연도 하고 원불교 교리 실천에 앞장서 왔다. “원불교를 알게 되고 삶이 엄청나게 달라지고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이번 17차 국제 선방은 이분에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드디어 원불교에 입교하게 된 것이다. 전산종법사님이 직접 ‘원대원(圓大圓)’이란 법명도 지어 주셨다. 원불교 교도가 되어서 무척 기쁘다며 익산성지 곳곳을 살피며 합장 경례를 올리는 모습에 내가 더 뿌듯했다. 그는 중앙총부 일요예회 때 입교 소감도 발표했다. 

이번에도 박영훈 원무님의 마음공부 특강이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계(Senso objekto)’인 줄만 알아도 많은 갈등이 해결되는 원리를 접하면서 놀라웠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만으로도 밤늦게까지 개인적으로 지도받을 정도였다. 하나같이 마음공부의 중요성에 감동했다.

‘세계는 하나 인류도 하나’라는 상징이념으로 에스페란토 언어는 100여 년 전 유럽에서 탄생했고, 그 비슷한 시기에 원불교도 같은 이념으로 한국에서 생겨났다. 언어가 달라 소통이 어려웠던 사람들이 쉬운 언어로 원불교의 이념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다. 원불교의 교리가 어렵지 않듯 에스페란토도 다른 언어들에 비해 아주 쉬운 편이다. 세계 사람들이 원불교의 교리를 이해한다면 더욱 더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거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원불교에스페란토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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