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교무
이지은 교무

[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미국 성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최소 1개 이상의 새해 결심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열 명 중 5명 이상은 새해 결심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새삼스럽게 새해 결심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지키지 못 할 거라서 아예 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2023년 12월 4일 자 <포브스>지를 보니 1월 17일을 ‘새해 결심 포기의 날’, 1월 둘째 금요일을 ‘그만두는 자들의 날’ (Quitter’s Day) 로 부른다고 합니다. 한 번 결심을 했더라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이겠지요. 

새해 결심을 지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아예 결심조차 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설령 목표한 것의 반의 반도 실천하지 못했더라도 아예 하지 않은 것보다는 발전한 것입니다. 심지어 전혀 실행조차 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결심하고 결심하면 아예 하지 않은 것보다는 분명 나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전산종법사께서는 신년법문에서 “‘일상 수행의 요법 9조’를 생활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는 그 순간 정신개벽이 이뤄지는 때”라고 하셨습니다. 일상 수행의 요법 중 1․2․3조는 ‘심지는 원래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이 없건마는…’ 으로 시작합니다.

깨달은 성자와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우리의 본성, 즉 불성에 대한 가르침일 것입니다. 우리의 원래 마음자리에는 평온함과 지혜와 올바름이 갊아져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불단에 모셔진 저 둥그런 일원상과 같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각자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저는 제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에 잡혀있었습니다. 그러나 ‘원래 마음자리’에 대한 가르침은 저를 점차 변화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소태산 대종사님과 교단의 스승님들에 대한 믿음으로 불성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들였지만, 마음대조를 실제로 해보면서 점차 그 뜻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마음, 하느님의 마음을 갖고 있고, ‘사랑과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정말로 믿게 됐습니다. 

지금 내가 아무리 형편없는 사람 같고, 망가진 것 같은 상태에 있을지라도 원래 우리 모두는 요란함도, 어리석음도, 그름도 없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자리’는 누구나 원래부터 갖추고 있는 것이기에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세상 모든 것 중 영원한 것이 없듯, 나의 기질과, 성격, 철석같이 굳은 습관 역시 다 변화하는 것입니다. ‘원래는 그러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해 다짐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실망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나를 가둬두고 있던 나쁜 습관이 있나요? 항상 속으로는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던 좋은 습관들이 있나요? 그런 내용을 한번 쭉 적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올해 실천하고 싶은 습관을 정해보세요. 

어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습관을 동일시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의 심지에는 원래 ~ 한 습관이 없건마는,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니 몸과 마음에 길들여져 자동적으로 그런 행동이 나오게 되었나니, 다시 반대로 길들이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내 원래 마음자리에 대한 굳은 믿음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의 실행상황을 기록하면서 눈으로 점검할 수 있는 나만의 점검방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나와 있는 상시일기장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매달 상시일기점검표를 프린트해서 노트에 풀로 붙여 손으로 기재하는 ‘아날로그식’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매달 말이 되면 그 달의 실천이 어땠는지 간단하게 ‘잘된 점’, ‘부족한 점’, ‘개선할 점’의 자기 진단을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달의 다짐을 간단하게 적어봅니다. 이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매월을 시작합니다.

영산선학대학교에서 수학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벌써 22년째 해오고 있는 방법입니다. 22년째라고 하니 제가 실천력이 대단한 사람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몸이 안 좋아서, 일이 바빠서, 한국 방문 등의 여행 일정으로 일기기재를 얼마간 건너뛰기도 하고, 한번 풀어진 마음이 금방 잡히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합니다. 

새 옷을 처음 입을 땐 기분 좋게 아껴가며 입다가도 작은 얼룩이 하나 둘 생기면 그때부터는 옷을 아끼는 마음이 없어집니다. 이처럼 새해 결심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실천합니다. 그러다 못하게 되는 날들이 하루 이틀 늘다 보면, 어느새 열정이 사그라들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그것들을 다시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새해 다짐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처음의 의욕과 열정이 지속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자동차에 연료를 넣는 것’처럼 우리의 다짐에도 정기적으로 연료를 공급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좌산상사께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원달마센터에서 설법하실 때, “팔자걸음 하나 고치는 것도 마음처럼 금방 되지가 않더라”는 경험을 말하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매주, 매월 시간을 정해 다짐을 적어놓은 상시일기를 점검하고 간단한 기록을 하면서 마음을 새로이 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 상시일기장의 제목은 ‘초범입성’ (超凡入聖)입니다. ‘범부의 틀을 뛰어넘어 성인의 위에 들다’라는 뜻입니다. 습관 바꾸는 공부를 하지않고 부처가 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새해 다짐이 금세 흐지부지해졌다고 해서, 변화가 지지부진하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기 바랍니다. 2월부터 다시 시작하고, 3월부터 재정비하고, 4월부터 새로이 마음을 먹고… 그렇게 12월까지 가면서 초범입성의 공부길을 꾸준히 걸어가기 바랍니다.

/원달마센터

[2024년 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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