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에 대한 포용도 높지만, 이해도는 낮아
교도(신자)들의 태도나 보완해야 할 부분 보여줘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우리 사회는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며 이해하고 있을까. 처음으로 실시된 ‘종교문해력’ 조사 결과가 이를 담아내 화제다. 종교와 관련된 다양한 인식과 이해 정도를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종교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회복하고자 목적했다.

종교문해력은 ‘음성적 읽기를 넘어선 의미적 읽기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문해력과 종교의 합성어다. 다이앤 무어 박사(하버드대)는 종교문해력을 ‘종교와 사회, 정치, 문화생활의 근본적인 교차점을 다양한 렌즈(시각)를 통해 식별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대한민국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문해력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구형찬 인지종교학자는 “종교문해력은 각 종교의 이상과 주장을 편견 없이 이해하며, 그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읽어내는 능력”이라며, 종교문해력을 향상시키는 일이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출처=사)마인드랩 종교문해력 조사(2023), 3개종단 합산
출처=사)마인드랩 종교문해력 조사(2023), 3개종단 합산

사단법인 마인드랩이 2023년 4월 실시한 종교문해력 조사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종교를 어떻게 이해하며, 사회현상과 어떤 맥락을 지니는지를 알아봤다. 항목은 영적 지향성, 다종교 실천력, 종교에 대한 태도, 종교의 이해로 구성됐으며, 대사회적인 종교 성향 파악을 위해 성적 개방성, 젠더 수용성, 제도 적응성까지 포함했다. 

종교문해력 조사 결과, 우리 국민들의 이웃종교에 대한 개념적 포용도는 비교적 높지만, 일반적 이해도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다종교 사회를 수용하긴 하지만 내 것이 아닌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의미다. 또한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고, 모든 종교에 다름의 가치가 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긍정이지만, ‘다른 종교의 교리나 의례에 관심이 있다(25.8%)’, ‘다른 종교의 독실한 신자를 배우자로 맞을 수 있다(25.6%)’ 등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거나 가족관계를 맺는 등 실존 경험에 있어서는 폐쇄적이었다. 

종교별로 신앙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단별 조사 결과, 개신교는 76.9%가 ‘신앙이 삶에서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불교는 37.0%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기도나 명상과 같은 영적 수행이 삶에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는 항목에서도 불교는 44.5%만이 ‘그렇다’고 대답해 개신교(78.9%), 가톨릭(63.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예수의 주요 사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개신교 신자는 74.6%인 반면, 불자는 33.8%만이 ‘부처의 주요 사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답했다.

불교는 이 같은 결과를 ‘불자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이 낮고 전법(교화)에 대한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리, 사찰, 경전 등을 강조하며 ‘불자 정체성 강화’ 종책에 뜻을 두겠다는 의지다.

이처럼 종교문해력은 사회와 교도(신자)들이 교단을 바라보는 방식과 정도, 그리고 향후 보완해야 할 부분을 보여준다. 원불교 자체적으로 종교문해력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4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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