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지난해(2023년) 원광대학교병원(이하 원광대병원)은 4주기 의료기관인증평가와 5주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호남권 1위’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는 ‘호남·서해안권 최고 병원’으로 역할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명확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그뿐인가. 원광대병원은 지난해 비수도권으로서는 유일하게 초음파 진료 우수 병원 인증을 획득했고(6년째 선정), 만성 폐쇄성 폐질환·정신 건강 입원영역·폐렴 적정성 평가 1등급(각각 8차·2차·5차 연속) 등의 결과로 실력과 위상을 증명했다. 또 권역외상센터·권역응급의료센터·응급의료전용헬기·전북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다인용 고압산소치료 챔버 등 퀀터플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한 ‘국내 유일의 병원’으로도 손꼽힌다.

이에 더해 원광대병원은 최근, 국내에서 세 번째로 양성자치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 소재’라는 환경적 한계를 넘어설 새 도전에 나선 것이다. 양성자 치료센터는 현재 국내에 단 두 개뿐인 암 치료(입자 치료)센터로, 원광대병원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주목받는다.

서일영 원광대학교병원장(법명 명중, 북일교당)은 이러한 활약의 비기를 다음의 말로 살포시 내밀었다. “‘단순히 유지만 해서는 우리가 가진 능력을 더 펼칠 수 없다. 현재의 환경에 움츠러들지 말고 도전적으로 해보자.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걸 갖고 나아가자’는 생각이에요.” 
 

서일영 원광대학교병원장
서일영 원광대학교병원장

취임 후 2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과가 많았는데요.
“지난해에 4주기 의료기관인증평가와 5주기 상급종합병원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한두 가지 항목으로 이뤄지는 평가가 아니고 암 환자 치료, 중증 환자, 전공의 교육, 연구 실적 등을 전반적으로 살핀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 대개는 국립대학병원이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담당하는데 전라북도만 유일하게 우리(사립대학병원)가 하는 점도 고무적이죠. 다른 대학병원들이 종종 ‘어떻게 공공보건의료지원을 사립병원이 담당할 수 있냐’고 묻는데, 원불교의 무아봉공이나 제생의세 정신을 이야기하면 바로 이해합니다.”

서 병원장은 “개인적으로도, 경영자로서도, 병원의 미션인 ‘제생의세’와 무아봉공 정신을 늘 표준 삼는다”고 했다. 특히 병원이 사회적 역할을 할 땐 더욱 원불교 정신에 부합하도록 한다고. 그러한 마음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 원불교 학생회 출신으로서 ‘젖어있던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남들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잘, 
남들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빨리.

양성자치료센터 건립 추진이 이슈되고 있습니다.
“양성자 치료는 입자 치료라고도 하는데, 방사선 치료의 한 종류예요. X선 방사선 치료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장비가 워낙 고가라 현재까지 딱 두 곳 있었는데, 우리 병원이 국내에서는 세 번째,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건립을 추진하게 됐어요.”

국내에서 양성자 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1년 8,0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두 병원에서 수용하는 환자 수는 1,500명 남짓. 특히 많은 지방 환자가 양성자 치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수요는 물론이고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역할 등 여러 분석이 동반된 가운데, 그는 타당성 조사도 세 기관에 맡겨 진행했다. 준비부터 승인까지의 과정에 걸린 시간만 약 1년. 결정이 난 지금은 과감히 속도를 내는 중이다. 결정까지는 철저하고 세밀히, 결정된 이후에는 빠르게 추진하는 장점의 일면이다.

새로운 도전들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현재에 안주하면 (병원이) 살 수 없어요. ‘지방 도시이고 인구가 감소하고 사람들이 다 서울로 간다’는 생각을 명분 삼으면 오히려 소멸에 더 가까워질 뿐이죠. 상급종합병원이 있음으로 인해 지역이나 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단순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능력을 더 펼칠 수도 없어요. 아끼고 웅크리는 것으로 방법 삼기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것들을 가지고 도전해야 길이 열린다고 봐요.”

서 병원장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데에도 묶이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해외연수, 복강경 수술 등을 경험하며 얻은 넓은 안목을 바탕으로 시선을 전국과 세계에 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 병원장은 구성원들의 실력과 잠재력을 믿고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한다. 그렇게 도전하고 시도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익산에서 상급종합병원이 갖는 의미를 말해주신다면요.
“현실적으로 소아과만 해도, 소아 환자가 응급실에 가려면 우리 병원밖에 없어요. 심근경색증 등 심장질환 생존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익산이 꼽히는 이유도 우리 병원이 있어서죠. 또 우리 병원은 서해안, 충청남도까지 권역권으로 커버하고 있어요. 상급종합병원을 잘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역에 굉장한 혜택이고, 이렇게 큰 상급종합병원이 있다는 건 원불교 교단에도 대단한 일이에요.”

원광대병원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역할함을 보여주는 사례 몇 가지. 전라북도병원협회장이기도 한 서 병원장은 매일 의료계 동향을 선별·정리해 회원들에게 전달한다. 익산시의사회에는 분기별 교육, 연수, 평점 관리, 장소 제공 등을 한다. 번거로울법한 역할을 자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원광대병원의 역할과 존재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여기에 ‘우리만 잘하면 된다’가 아니라 ‘같이 잘해야 한다’는 마음은 기본 전제다.

원광대학교병원이 펼쳐갈 미래 모습이 기대됩니다.
“먼저 우리 병원은 단순히 ‘지방에 있는 작은 병원’이 아니라 ‘이 권역을 책임지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이에요. 향후 양성자치료센터가 완공되면 세계적인 병원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구성원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요. 또, 다른 병원보다 우리 병원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훨씬 큰데, 그러한 주인 정신이 앞으로도 잘 이어지길 바라죠. 마지막으로, 미래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선도적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기왕이면 미래에 대해 투자할 때 ‘남들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잘, 남들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빨리’ 해야죠.”

그러면서 그는 나지막이 한 문장을 읊조렸다. <원불교성가> 48장 ‘득도의 노래’ 가사, ‘나아갈 뿐 물러서지 말게 하소서’였다. “이 곡을 부를 때 마음이 찡해요. ‘병원이나 지역 환경이 모두 어렵다고 하지만, 안주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는 생각 때문에 이입되고요.” 그러고 보니 새롭게 와닿는다. 뭔가를 성취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져야 할 삶의 태도 같은 것으로.

인터뷰 말미, 서 병원장은 마음속 깊이 담아둔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우리 원광대학교병원은 미국·일본의 유수한 병원들에 견줘도 뒤처지지 않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정말 훌륭한 상급종합병원이에요. ‘지방에 있는 병원이니까 (치료를) 못 할 것 같다’는 편견을 놓고, 긍정적인 생각과 믿어주는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2024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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