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진원 교무] 나의 어린이법회는 매주 우당탕탕이다. 간신히 기도식만 끝내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린이법회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땀 범벅이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고 먹는 아이스크림은 모든 걱정을 녹인다. 놀이터에 못 나가는 날이면 여러 게임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오늘도 청개구리 어린이 부처님들과 우당탕탕 법회는 계속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뜻을 잘 표현하지 않아 쉽지 않다. 교무인 나는 ‘질문AI’다. 하지만 학생들이 답을 해줘도 내가 이해를 못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학생법회를 진행하다 보니, 학교와 학원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설교는 또 하나의 주입식 교육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어떻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을 재밌게 전할까?’ 하는 궁리를 하게 된다. 소수의 인원이라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여러 질문으로 정보를 모으고 필요한 도움도 줄 수 있다. 악기를 연습할 공간이 필요한 학생에게 교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악기를 옮길 때는 차량으로 도와줄 수도 있다.

나는 출가 전 10여 년간 청년법회를 다니면서, 청년기에 교법에 대한 이해와 속 깊은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겪었다. 그래서 청년법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조금 더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들의 취업 고민, 시험 고민, 연애 고민을 듣고 필요한 조언과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으며 청년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때 함께 열심히 청년법회를 다녔던 청년들이 어느새 학부모가 되어 교당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다시금 ‘제대로 된 교법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우리 교당 청년들도 나중에 훌륭한 원불교 교도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며 청년교화의 방향을 조금씩 잡아가고 있다.

매주 어린이·학생·청년법회를 보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조급함이 생기고 ‘청소년교화에 능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인원수에 연연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원수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게 교화의 전부는 아닌데….

현장에 나오기 전 대학원을 다닐 때 늘 하던 생각이 있었다. 나는 ‘작고 하찮은 씨앗 하나가 세상에 조금씩 퍼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이 주는 사람이 되기를, 그런 교무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 나의 소중한 마음을 다시 새기며 힘차게 승천하는 용의 모습처럼 근심·걱정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보자!

 

/서이리교당

[2024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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