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단 제4대의 개벽이 시작됐다. 36년 단위로 한 대를 결산하는 원불교 연도구분은, 36년을 다시 12년 단위로 나눠 3회에 걸쳐 역사가 진행된다. 올해, 원기109년은 그 시작점인 4대 1회의 출발점이다. 그러기에 원불교에는 오랜만에 맞이하는 새로운 개벽의 해이기도 하다. 더구나 금년 청룡의 해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지금 이 나라는 점진적으로 어변성룡이 되어가고 있다”는 전망의 말씀을 밝혔기에 원불교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한 해다.

하지만, 교단 4대는 결코 탄탄대로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 사회는 지금 급격한 탈종교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원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들의 전반적인 현실이지만 작은 종교일수록 그 치명성은 더욱 깊어진다. 특히 젊은 세대의 종교 무관심은 자칫 가치관의 왜곡으로 전이될 소지가 크기에 주의가 요청된다. 또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저출산과 지방 소멸 역시 탈종교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에 주목할 사항이다. 지방 중소도시에 본부를 둔 우리 교단 현실에서는 삼중파도의 복합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사안이다.

교단 3대를 관통하는 지난 30여 년간 우리는 폭발적인 물질개벽이 가져다 준 병폐를 목도했다. 가질수록 더 가난을 느끼는 돈의 병, 풍족함으로 인해 감사함을 잃어버린 원망의 병, 그리고 의뢰의 병, 배울 줄 모르는 병, 가르칠 줄 모르는 병, 특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바탕해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공익심 없는 병이 우리 사회의 병맥으로 깊어졌다. 종교마저도 여기에 편성해 물질적 가치를 우선함으로써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를 거쳐 왔다. 소태산은 이를 물질의 노예생활이라고 일찍 경고하며 ‘마음병’으로 규정했다.

결국은 마음이다. 흔들리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바로 잡아주지 못한다면 지금 문명의 인류는 오히려 파멸의 길을 재촉할 수 있다. 물질에 압도되어 누구나 ‘마음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의 병을 처방하고 치료할 사명이 원불교에는 분명 있다. 그래서 기회다. 100여 년 전 소태산은 불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라는 혁신의 방향을 설정했다. 그 시대와, 그 사회와, 그 사람에게 맞는 마음 처방전을 명확히 함으로써 제생의세(濟生醫世) 곧 병든 세상을 치료하고 모든 생명을 건지고자 한 것이다.

교단 4대는 이제, 우리가, 이 사명을, 다시, 구현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교단 4대는 원불교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열하게 마음공부에 매진해야 할 사명이 주어졌다. 하지만 혼자 하는 공부는 결코 오래 가기 힘듦을 우리는 안다. 지난 시간, 흐트러지고 분열되고 탓함으로써 더욱 미망에 빠져듦도 경험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총화하고 단결함으로써 ‘공부하는’ 개벽의 성자로 다시 일어나야 하겠다. 험난한 가시밭길에서 정신을 개벽하자.

[2024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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