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퀴즈 하나. 다음 스테디셀러 제목의 빈칸을 채워보자.
<일의 99%는 OOO이다(하버드 협상연구소에서 알려주는 대화의 기술)>
<탁월한 리더는 OOO이 다르다>
<드러커 OOO 수첩>
하버드에서부터 피터 드러커까지 주목한 퀴즈의 정답은 바로 ‘피드백(Feedback)’. 일방적, 권위적 조직을 넘어 수평적, 소통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지금, 피드백은 꼭 갖춰야할 필수 덕목이다.

“대한민국 가장 큰 특징은 피드백 결핍”
피드백을 사회학적으로 정의하면 ‘행동에 대한 어떠한 반응’이고, 상담학에서는 ‘타인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상호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과정’으로 본다. 대체적으로 반응, 응답, 감상, 조언, 개선안으로 두루 활용되는데, 나의 의견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해주는 상대의 친절, 배려의 맥락으로도 쓰인다. 

왜 지금 피드백인가. <트렌드 모니터 2024> 채선애 공동저자의 말을 주목하자. 그는 “2023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피드백 결핍이 낳은 고립된 개인이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202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피드백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현실이 고립을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조직에서나 리더에게 피드백이 있고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노동조합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간부’를 선발하는 주요한 기준으로 ‘명확한 피드백’을 꼽았다. 아예 ‘피드백이 인간적인 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과도 있다.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들에게 ‘선호하는 직장 상사’를 조사한 결과 1위는 ‘피드백이 명확한 상사(42%)’였다. 엠브레인의 2023년 조사에서는 선호하는 상사로 ‘배울 점이 많은 상사(57%)’와 ‘업무 능력이 좋은 상사(48%)’에 이어 ‘공정하고 적절한 평가를 주는 상사(45%)’와 ‘업무 피드백이 명확한 상사(39%)’가 각각 3위와 5위에 올랐다. ‘카리스마가 있는 상사(18%, 10위)’나 ‘인간관계가 좋은 상사(10%, 12위)’를 가뿐히 뛰어넘는 결과다. 인간적인 매력보다는 ‘업무 능력이 좋고, 적절한 평가와 피드백이 명확한 상사’를 더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반응, 응답, 감상, 조언 등 현대사회 필수 덕목
젊을수록 ‘구체적’ 피드백 기대, 상향피드백 늘어나
종교에서는 폐쇄적, 활발할수록 발전 전망 높아 

피드백 제공만큼 수용 능력도 중요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적절한 피드백이 성과에도 큰 도움이 된다(86%)고 생각하고, 그런 피드백을 주는 선배와 일하고 싶으며(84%), 피드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팀에서 일하고 싶어(82%)한다. 또한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명확한 피드백 ‘제공’ 능력(52%)만큼이나, 피드백 ‘수용’ 능력(48%)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들은 ‘구체적’ 피드백을 가장 원했는데(46%), 특히 20대의 55%, 30대의 52%가 응답해, 40대 45%, 50대 34%와 차이가 있었다. 즉, 연령이 낮을수록 구체적 피드백을 원한다. 상사의 피드백이라고 무조건 수용하거나, 후배의 피드백이라고 무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타당하냐’로, 타당한 피드백만 수용한다는 비율은 상사의 경우 59%, 동료의 경우 67%, 후배의 경우 67%에 달했다.  

우리 사회 피드백은 점점 더 위를 향한다. 직장인들은 ‘상사가 부하 직원의 피드백을 잘 수용하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83%)’는 데 대부분 동의했고,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피드백을 주는 상향피드백도 많아질 것이다’는 응답에도 55%가 긍정했다. 

피드백에 대한 기대는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2023년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성직자들에게 ‘교회 내 정기적 사역 피드백이 있느냐’는 문항이 있다. 원불교 용어로 변환하면 ‘교당 내 정기적 교화 피드백이 있느냐’는 것이다.

결과는 단 29%, 10명 중 3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교화, 설교, 수행 등 성직자로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주는 교도(평신도)가 있다는 답은 12%에 불과했다. 

피드백에 특화된 원불교 공부법
그렇다면 피드백을 받는 교회(교당)는 실제로 성장할까? 조사 결과, 피드백을 받을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0%p 이상 높게 교도 수 증가를 전망하고 있었다. 이는 곧, 피드백이 활발한 교당이 더 검증된 교화를 할 수 있고, 입교 및 출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피드백을 원하는 요즘, 원불교야 말로 시대에 맞는 종교의 모습을 이미 갖췄다. 우리의 공부법 대부분이 피드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감각감상이나 마음일기에 대한 개별적 피드백은 물론, 문답감정이나 회화법회는 서로가 스승이자 도반으로 피드백을 나눈다. 심지어 강연 하나에도 세분화된 채점, 강평과 토론이 이어지니, 피드백은 원불교의 역사와 문화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제는 피드백에 반응하며 감동하고 변화하는 시대다. 설법 위주의 법회에서 다시 본래의 문답이나 회화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2024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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