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묘전 교도
위묘전 교도

[원불교신문=위묘전 교도] 모스크바교당은 시내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2층으로 길게 뻗은 교당 건물은 과거에 유치원 건물이었다. 앞마당이 꽤 커서 500여 명 규모의 야외 행사도 가능하다. 필자는 2005년 직무연수를 받던 시절에 먼저 유학 와 있던 후배(류법인 교도)를 통해 모스크바교당을 알게 됐다. 

교당에 대한 첫 인상은 고려인들이 따뜻한 동포의 ‘정’을 찾아 오는 곳, 아시아 문화에 관심있는 현지 청년들이 한국문화로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찾는 곳 같았다. 모스크바교당은 설립 초기부터 한국어 교실 등 교육사업을 시작했고, 점차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당시에는 고려인 어르신들이 교도의 절반 이상이었고, 20~30대 러시아 청년들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교무님들이 설교를 하면, 고려인 교도님이 통역을 한다. 통역이 따르니 설교 시간도 15분 내외로 길지 않았고, 표현도 최대한 쉽게 하는듯 했다. 

모스크바교당에서 입교한 후 한국으로 귀국해 원남교당을 다니다, 다시 2015년 파견 근무로 모스크바에 갔다. 10여 년만에 다시 찾은 교당은 고즈넉한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현지교도의 연령대가 확 낮아져 있었다. 법당 마루를 가득 메운 80여 명의 교도들 중 60%이상이 10~30대 청년이었다. 이때는 이제 교무님이 러시아어로 직접 설교를 하셨고, 청년들이 다수인 만큼 젊은 기운이 넘쳐났다. 
 

교당은 실생활 도움 되는 
마음공부하는 곳. 
그곳에서 마음작용
원리 찾는 청년들. 

모스크바교당을 추억하면, 물자가 귀한 모스크바에서 열일 모두 교무님들이 직접 하던 모습, 어느덧 지역명소로 자리잡힌 한국어 교실(원광학교), 러시아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던 김장 체험, 한국민속잔치…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래도 한 단어를 꼽자면 ‘마음공부’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교당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교당을 열심히 다니는 청년교도들은 러시아어로 유무념, 심신작용 처리, 감각감상을 배우고, 일기를 쓰고, 일상 수행의 요법을 매일 독경하며 대조하려고 노력했다.

법회 후에는 따로 20여 명 정도가 모여 교무님들의 인도로 ‘마음공부’를 진행했다. 1년에 2번 교당에서 진행되는 훈련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큰 변화를 이룬 러시아 청년도 많이 목격했고,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교당은 원래 ‘마음공부’하러 다니는 곳이라 인식한다. 그곳에서 ‘마음공부’ 방법을 배우고, 일과를 지키며 마음의 힘과 믿음을 같이 성장시켜 간다. 마음공부를 통해 수행과 신앙의 길을 인도하는 모스크바교당의 전통은 한국의 청년 교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산업구조, 사회시스템, 문화의 변화에 따라 청년들의 종교관도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개발과 성장’이 중요했던 시대의 종교는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도처이자 의지처로서 큰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한편, 우리는 이제 디지털 정보화, 문화적 다양성, 정보의 과부하, 비대면 문화의 일상화, 개인주의 확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따라 다양한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수용하고, ‘마음 챙김’으로 균형을 잡고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즉 ‘원리’에 바탕한 유연한 자세로 연결고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원불교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하는 종교이기에 이러한 요구에 가장 가까운 종교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청년들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종교로 원불교를 선택했듯, 한국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정신 건강과 마음 작용의 원리를 원불교에서 찾아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전 주러시아한국문화원장, 원남교당

[2024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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