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79상(원형 십자가 상): 십자가는 일원상의 부조로 사랑의 상징이 된다.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원형 십자가는 ‘십자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원상 부조로 종교적 사랑의 상징이 된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십자가는 본래 로마에서 쓰이던 사형 틀이었지만, 예수의 대속적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기독교의 유명한 상징이 됐다. 종교 개혁 당시 마틴 루터는 “십자가만이 우리의 신학입니다”라고 십자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십자가는 이에 따라 개신교회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됐다. 

기독교의 교파별로나 지역별로 십자가의 형태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개신교의 십자가는 장식이 없이 단출하고, 천주교의 십자가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부조돼 있다. 십자가의 장식으로 일원상을 넣은 원형 십자가도 있다. 원형 십자가의 일원상은 태양, 별, 생명의 나무, 완전 등을 상징한다. 원형 십자가의 일종인 태양 십자가는 기독교 이전 신석기 중반부터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십자가 가운데에 일원상을 장식으로 하는 켈틱 십자가도 있다. 아일랜드를 비롯해 영국을 대표하는 켈틱 십자가의 가운데 원은 장식적인 요소로 ‘달’을 의미한다. 
 

 

‘바퀴 십자가’는 독일 첼레에 있는 루터교회 사역자들의 공동체적 삶을 묶어주는 프로젝트의 상징이다. 여기서 십자가를 둘러싸고 있는 일원상은 공동체성의 삶뿐 아니라 죽음까지도 아우른다. 독일 함부르크 리센에 있는 개신교 수양관의 십자가 심벌인 ‘햇빛 십자가’는 중세 시대의 장미창을 느끼게 하는 커다란 원형창으로 새벽녘 어두웠던 예배실을 잔잔한 햇빛으로 환하게 밝힌다. 

한국에는 천주교 수리동 본당의 제대 부분 유리화에 아름다운 일원상 십자가가 있다. 십자가의 중심부에 성체와 성체를 받는 두 손, 풍성한 큰 열매들 그리고 직선의 지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십자가는 예수님을 통해 하늘(하느님)과 땅(우리)이 하나를 이루고, 일원상은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을 상징하며, 이를 두 손으로 모심으로써 주님의 가지와 열매로 삼는다. 혜화동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서도 원형 십자가를 볼 수 있는데, 여기의 일원상에도 유사한 의미가 있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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