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회, ‘확증편향’ 올해 가장 경계해야 할 현상으로 꼽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 썸네일 알고리즘 타고 유통·확장 돼
원불교도 확증편향․가짜뉴스에 대한 교단적 대비가 절실해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사회심리회가 2024년 한국 사회가 가장 ‘뿌리 뽑아야 할 현상’으로 ‘확증편향’, 일명 가짜뉴스를 꼽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월 9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향후 수십년간 영향을 미칠 주요 선거들이 올해 예정된 가운데, 가짜뉴스가 세계적인 위협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올해 예정된 주요선거는 총 83개. 한국은 물론이고 원불교도 올해 큰 선거들을 대거 앞둔 만큼 확증편향, 즉 가짜뉴스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는 왜 기승을 부리게 됐을까. 요즘 가짜뉴스는 ‘인공지능이 만들고, SNS가 실어나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공지능의 역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공지능은 SNS의 보상시스템, 즉 이용자로 하여금 ‘좋아요’와 ‘관심’을 유도하는 자극적 뉴스를 캐치한다. 또 이용자마다 어떤 관심사, 취향,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순식간에 간파하는 영악함을 가졌다. 

그 영특함은 실제보다 더 자극적이게 사진 및 영상을 조작해내는 ‘딥페이크 기술’을 낳고, 자동으로 가상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봇(Bot) 기술’을 길러내 가짜뉴스를 ‘숨 쉬듯’ 생성해낸다. 인간과 달리 지치지 않으며,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속도력도 가졌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이 트위터 12만 6천 285건을 분석한 결과, 가짜뉴스가 트위터 사용자 1500명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평균 10시간 남짓으로 파악됐다. 공식화된 언론사에서 보도된 뉴스에 비해 파급속도가 6배나 빠른 셈이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구글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짜뉴스가 미국 대선을 혼탁하게 만들 것을 우려해 ‘선거 광고에는 AI사용 여부 표시를 의무화’ 하기로 명시했다.

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서까지 자극적인 사진을 만들어낼까?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이 보고 싶게 만들어 클릭하게’ 하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NS에 게시되는 제목 및 썸네일(사진이나 비디오 크기가 축소된 미리보기용 화면)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남들이 보고 싶게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게만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에 ‘원불교’를 검색했을 때에도 나타난다. ‘폭행’이라는 자극적인 색을 입힌, 공식적인 취재도 동행되지 않은 제목의 영상이다. 앞뒤 상황이 빠진 채 ‘일부만’ 편집된 영상인데다 상황에 대한 객관적 설명도 없기 때문에 원불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이용자에게 정보가 편향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가짜뉴스는 자극적이다.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다.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을 보고 호기심에 한번 게시물을 클릭하고 나면 나의 검색·시청기록이 분석돼 맞춤형 정보가 제공된다. 그리고 이러한 ‘알고리즘 추천’기능은 편향된 정보의 수집을 더 심화시킨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발생한 강아지 구충제 사건이 있다. 강아지 구충제가 인간의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각색돼 재 배포됐다. 이에 사람들은 ‘여러 명이 효과를 봤나봐’라고 생각하게 됐고, 심지어 의료진들이 유튜브에서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해 가짜뉴스의 신뢰도를 높였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포메이션(정보)+팬데믹(전염병)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실제 2020년 1~3월 전 세계 최소 800명 이상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가짜뉴스 때문에 사망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이풀 이슬람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설사병연구센터 방글라데시본부 감염병학부 연구원 연구팀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2020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적어도 5800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이란에서는 메탄올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예방된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돼 2020년 2~3월에 메탄올을 마셔 사망한 사람만 525명에 이른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특히 이 시기에 종교와 얽힌 가짜뉴스는 심각할 정도로 파생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은혜의강교회에서는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이유로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뿌렸다. 이는 전문지식과 전혀 무관한 것은 물론 신앙에만 바탕한 행위가 외려 집단감염을 초래한 인포데믹의 대표 사례다. 본래 ‘종교적 가짜뉴스’는 신앙과 믿음을 기반하기 때문에 어떤 대상들로 하여금 그것이 사실로 확립되거나 집회와 시위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분하다. 종교계에서 가짜뉴스를 ‘특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상에는 ‘모르는 것’과 ‘몰랐어도 될 것’, ‘내가 알고 싶은 대로만 아는 것’과 그럼에도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몰랐고’ ‘몰랐어도 될’ 앎이 일방적으로 차단되거나 무분별하게 확산된 사례가 많다.

1980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의 긍정적이기만 한 뉴스와 대대적인 언론탄압으로 인해 5월 18일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서울 사람들은 ‘몰랐다’. 

2022년 10월 26일에는, SNS를 통해 10.29(이태원)  참사의 ‘몰랐어도 될’ 끔찍함이 그대로 노출됐다. 올해 1월에는 “이재명 피습 범인은 태극기부대”라는 등의 ‘알고 싶은 대로’만 쓰여진 기사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정확하고 공식적인 취재가 동행된 사실만이 올바른 정보이며, 올바른 정보만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짜뉴스를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이은주 교수(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는 “‘잠깐 멈춰서 생각을 해봅시다’라는 간단한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가짜뉴스 확산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는 MIT공통연구결과를 전했다. 결국 ‘온전·생각·취사’다. 우리 역시 잠깐 멈춰서 원불교, 교단, 사회, 나아가 세상을 위한 생각을 해 볼 시기다.
 


확증편향 피하는 ‘마음공부’ 어떻게 할까

일반적으로 ‘가짜’는 흥미진진하며 신선한 경우가 많고, 진실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우가 많다. 가짜뉴스는 만들기 쉽다. 여론몰이에 탁월하며, 참여를 영악하게 유도한다.
가짜뉴스는 허위성 정보, 즉 ‘잘못된 정보, 조작된 정보, 악의적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대중에 유포하는 보도성 정보’라고 정의된다. 

‘잘못된 정보’는 비록 내용은 허구이나 현실적 악의 없이 보도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오보가 주로 해당한다. ‘조작된 정보’는 정보 제공자가 허위로 만들어낸 정보로서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기 위해 선동을 목적으로 생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악의적 정보’는 정보 내용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나 누군가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피해를 주기 위해 악의로 동의 없이 ‘유포’하는 정보를 칭한다. 

가짜뉴스를 믿었다가 그것이 가짜였음을 알았다면 바로잡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기존의 믿음을 고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신념의 메아리 효과(Belief Echo)라고 한다. 잘못된 정보가 정정된 후에도 기존의 정보로 형성된 생각이나 신념이 대상에 대한 태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확증편향은 처음 수용하는 정보를 뿌리 삼아 뻗쳐 가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자나 크리에이터는 양질의 리서치, 즉 객관적이고 적확한 조사를 기반해야 한다. 또 사실에 입각한 인사이트와 투명성을 우선한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한편 이용자는 윤리적 의무감을 갖고 원본 출처를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 후 정보를 수용해야 한다. 

대산종사는 “작은 오해가 결국 큰 오해가 되고 더 나아가 풀 수 없는 상극의 사이가 되고 만다”고 했다. 한번 멈춰 생각하는 윤리적 ‘쉼표’가 필요한 때다.

[202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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