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 교무
박대성 교무

“교무님, 자살예방사업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혹시 주위에 자살하신 분이 있으세요?”

지난해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였다.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해 문화사회부에서 진행한 ‘다시살림’ 캠페인의 성과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던 날, 기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어온 질문이다. 그 순간 몇가지 기억들이 머릿 속을 스쳐갔다. 

시작은 2015년이었다. 날로 심각해지는 자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가 종교계와 협력 사업을 요청해 왔다. 당시 서울교구 〈한울안신문〉 편집장이었던 필자는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는 죄(?)로 느닷없이 담당자가 돼 사업의 전체적인 구상과 진행을 담당하게 됐다. 

‘살자 사랑하자’프로젝트는 다양하게 추진됐다. 자살 시도자 및 유가족의 상담과 가족 캠프를 열고, 우리만의 고유한 천도재로 추모 의식도 진행하는 전방위적 사업이었다. 사업의 성과도 좋아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 맺은 자살과의 인연(?)은 근무지를 옮기고 나서도 이어졌다. 수시로 자살 예방에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명상과 상담을 이끌며 자살 시도 위기에 처한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보듬어온 것이다.  
 

자살의 문턱에 선 사람들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의지
교단 내부에서 활동할 전문 
인력을 만드는 일이 절실했다.

그러다 문화사회부에 부임을 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국가적인 종교계 자살예방 협력 사업이 나를 맞이했다. 사업명은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에서 따왔다. 법인성사의 마지막 밤, 소태산 대종사께서 구인선진에게 “세계의 공명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겠다”하신 것처럼, 자살의 문턱에 선 사람들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바로 ‘다시살림’ 사업이다. 

“원불교 교무님의 절반을 자살예방 전문가로 만들겠다!”고 장담을 하고 나니 일은 점점 커지고 말았다. 일회성 행사만으로는 자살예방에 도움이 크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교단 내부에서 활동할 전문 인력을 만드는 일이 절실했다. 원불교 자살예방사업은 지속적이며 전문적이어야 했다. 

자살 인식 개선을 위한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한 ‘생명지킴이 강사교육’, 국제공인 자살예방 ‘어시스트(ASIST) 교육’, 교단 대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개최한 ‘생명존중 자살예방 학술대회’ 등 뜻을 모은 교무님, 교도님들과 함께 숨 가쁘게 달려온 일년. 그 사이원불교는 국내 자살예방의 선도적 종교로 우뚝 섰다.  

다시 그날, 나는 기자에게 뭐라고 답했을까? 

“아뇨, 다행히도 그런 분은 안 계세요. 그래서 앞으로도 없게 하려고요.” 

/문화사회부

[202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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