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아 기자
김도아 기자

오늘도 똑같았다. 

마트에서 두부 큰 것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작은 것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남편과 둘만 먹을 양이니 작은 것이 적당하겠지만, 가격이 똑같으니 큰 것에 자꾸만 눈이 간다. 늘 욕심에 큰 것을 사서 ‘반은 남겨놓고 다음에 먹어야지’하며 냉장고 속에 넣어뒀다가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기가 부지기수. 오늘은 마음 속 욕심을 내려놓고 작은 것을 집었다.

그리고 알게된 사실 하나. 두부는 예로부터 시장경제의 중심이 되는 척도이고, 옛날부터 서민들의 배를 불려주는 ‘인심좋은’ 먹거리라서 값이 크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즉, 내가 작은 것을 산다고 ‘손해’가 아니라 큰 것을 무심코 사는 게 ‘욕심’이라는 뜻이다. 이 깨달음을 전해준 사람은 남편 ‘교무님’이다. 그리고 남편 교무님은 이런 욕심을 깨닫고 멈추는 생활습관이 곧 ‘무시선 무처선의 공부’라고 가르침을 덧붙였다. 집에 ‘교무님’이 계시니 일상 속 소소한 경계도 자주 묻고 반조하게 된다.

그럼 남편 교무님은 누구로부터 공부할까?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공부는 육아 공부고, 가장 큰 스승은 8개월 된 아들 ‘부처님’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유독 보채는’ 시기가 있다. 이가 나고있는 지금이 그렇다. 새롭게 이가 나고 있는 통에 아이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보채는데, 그 정도가 어마무시할 정도라 육아에 지친 우리 부부의 미간은 자주 찌푸려지고 한숨은 땅이 꺼질 정도로 터져나온다. 

우리 부부의 스트레스는 1+1이 2가 되는 듯 나날이 불어나는데 아이는 다르다. 밤이 지나고 아침 해가 떠올라 ‘새 날’이 되면 다시 0이다. 아이는 어른과 달리 ‘업장의 쌓임’이 없다. 매일 아침 리셋되서 0이 된 아이의 미소를 볼 때마다 우리 부부도 업장을 쌓지 않기를 결심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숯장수 아이들은 숯장수하기가 쉽고, 뱃사공 아이들은 뱃사공하기가 쉽듯이 가까운 데로부터 보고 들은 것이 습관이 되고 직업이 되나니, 부모 노릇하기가 가장 어렵고, 호주 노릇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자식은 부모의 걸음을 따라 성장길을 걷는다. 하루는 시간에 쫓겨 물건을 다소 던지듯이 내려놓았더니 아이가 똑같이 자신의 장난감을 세게 내려놓는 것이다. 역시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아차!’ 싶은 마음에 얼른 그 습관을 고치게 됐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불법의 ‘생활화’다. 우리는 깨달음을 어디서 얻을까? 아마도 ‘가정’에서 가장 자주, 많이 마주할 것이다. 그 깨달음의 순간을 그저 그런 ‘매일’로만 받아들이면 가정은 물론 나도 온전할 수 없다. 

매일매일의 깨달음을 ‘반갑게’ 맞이해보자. 이 희망을 담아 모두가 아는 동요 ‘곰 세 마리’를 살짝 변형해서 불러본다. 

“아빠 교무님은 공부해, 엄마 정토님도 공부해, 아기 부처님은 너무너무 공부해 마음공부 잘한다♪”

[202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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