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의 새 개벽, 교단 4대가 시작되는 올해는 유난히 기념할 일이 많다. 

중앙총부 기지 건설 100주년이 되는 것을 비롯 소태산의 서울 행가 100주년과 만덕산 초선 100주년이 겹쳐 있다. 더불어 금년은 당면과제로 새 수위단원 선거와 종법사 선거를 비롯 그동안 진행해온 교단혁신의 일정에 따라 교헌개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업까지 겹쳤다. 이는 곧 새 지도부의 구성에 따라 대규모 전무출신 인사이동을 예고한다. 하지만 거센 변화의 물결 전조현상은 늘 고요를 몰고 온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사실, 서울교구를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는 서울교화 100년이나, 전북교구를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는 만덕산 초선 100년은 다행히 ‘교화와 공부’에 초점을 맞춰 교화의 새 물결을 일으키기 위한 기지개가 느껴진다. 하지만 불법연구회로 시작해 원불교의 기초를 닦은 총부 건설 100주년에 대한 의미나 기념소식은 유난히 감감하다. 혹여 교정원이 중심이 돼 치러야 하는 교단 선거와 맞물려, 정작 100년 만에 맞는 총부건설의 기념비적 의미가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든다. 

중앙총부는 역사가 오래지 않아 소태산 당시의 초창기 공동체 건축과 흔적이 잘 남아 있다. 새 시대의 생불인 소태산 대종사가 머물렀던 종법실(구조실)과 본원실, 금강원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이 메아리 쳤던 대각전과 공회당은 아직도 당시를 회상케 한다. 곧, 총부 정문에서부터 금강원까지 이어지는 교단 창립길(?)을 비롯 소태산 대종사와 정산종사, 대산종사의 성탑으로 이어지는 기도길, 영모전 뜰 앞으로 넓게 펼쳐진 우주 명상길, 고풍의 기운이 잠잠하게 흐르는 대각전 구도길까지. 이 모든 게 다 갊아 있는 곳이 익산 중앙총부다. 

최근, 해가 바뀌면서 총부를 찾는 순례객이 늘고 있다. 먼 거리를 불구하고 총부순례를 감행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새 마음과 새 교화를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순례는 절실한 것이다. 그러기에 마음의 고향 중앙총부에서 마음 둘 곳이 없어 허둥대는 순례객을 마주치는 일은 불행이다. 이는 총부 순례가 ‘오는 사람의 몫’이 될 때 그렇다. 순례객의 일상은 늘 비슷하다. 총부 정문에서부터의 약간의 안내와 성탑 참배, 그리고 종법사 친견으로 이어지는 관행적 순례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공간 이동만으로 채워지는 수동적 순례에는 ‘마음’이 없다. 순례의 의미도 쉽게 잊히거나 퇴색된다. 

현 교정원은 올해 교화․입교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교당만의 몫으로 강조되면 힘을 잃는다. 중앙총부의 교화 대상은 총부를 찾는 일선 교당 교무와 교도들이다. 따라서 중앙총부가 먼저 익산성지 방문객들이 환희심이 나도록 자세 변화와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총부 건설 100주년은 분명 교단의 새로운 교화 기회다.

[202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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