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교무 
허석 교무 

[원불교신문=허석 교무] 5년 전 이맘때다. “예비교무들은 앞으로 교단 4대에 일할 사람들이니, 늘 4대를 염두에 두고 교육해주기 바란다.” 교육기관에 처음 발령받아 부임인사를 갔을 때 전산종법사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그 후로 이 말씀을 나와 조직의 변화에 기준으로 두고 늘 화두 삼아 왔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지나 교단 4대를 맞았다. 그간 교단과 국가, 세계는모두 크고 작은 시련과 시험을 치르는 중이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처럼, 현하 과학의 문명은 급속히 발달되어 가고 있고, 그 결과로 기후·생태·정치·경제 등 온갖 단어에 ‘위기’가 붙는 ‘파란고해’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빛과 그림자가 늘 함께 한다지만 4대를 여는 지금은, 눈을 어디에 두고 보나 빛보다는 그림자가 짙은 형국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희망이 있냐 없냐’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없는 희망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특히 예비교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들이 살아갈 터전에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교육자의 책임 중 하나라는 생각에서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나를 돌아보면, 깊이 공부하고 적공하며 사심 없이 일할 때 내 삶에 희망이 만들어졌고, 그와 반대일 때는 있던 희망도 물러나곤 했다. 

‘개벽’이라는 
큰 과제 수행할수록, 
이소성대(以小成大)
이치 잊지 않아야.

그래서 나부터, 그리고 교단 곳곳에서 공부하고 적공하는 기운이 뭉치고 그 기운으로 사심 없이 공사에 전념할 때, 개인·교단·세상에 희망이 피어나고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교단 3대 3회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논의해온 교단의 각종 혁신·설계·결산 작업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자칫 그간의 공력이 꿰어지지 않은 채 그 실효를 발휘하지 못할까 우려된다. 이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방관자의 입장에서 내일을 낙관 또는 비관하는 태도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 또한 현안이 복잡하고 위기상황일수록 조직에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하겠으나,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정당한 권한을 방임한다거나 현안에서 한발 물러난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당장 그 많은 과제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우선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되, 그것이 얼마나 최선이며 실효가 있는지를 따져 최선의 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구슬 서 말의 일부라도 꿰겠다’는 다짐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우리 교단 구석구석으로 그런 적공의 기운이 확산될 때, 결복기 교운을 열어갈 보배가 하나씩 만들어지며 희망이 열려갈 것 이다.

“우리 모두 개벽 성자로 삽시다”라는 전산종법사님의 신년법문으로 4대를 시작한다. 개벽이 무엇일까? 이것부터 큰 화두다. 개벽이란, 어떤 점진적인 ‘발전’이나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는 ‘창조’가 아닌, 전에 없는 새로운 경지가 크게 열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개벽’이라는 큰 과제를 수행할수록, 이소성대(以小成大)의 이치를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큰 열림도 작은 적공이 쌓인 결과다. 다만 그것이 단순한 발전이나 진보가 아니라 ‘개벽’의 차원이 되도록까지는 “일백골절이 다 힘이 쓰이고 일천정성이 다 사무치는” 특별한 적공이 필요하겠다. 

더불어, 작은 현안에만 매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큰 서원에만 도취되지도 않는, ‘이소’와 ‘성대’를 병진하되 그 중간을 온전하고 원만하게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요, 우리 교단과 이 사회를 개벽하는 일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못한다’ 하지 않고, 개벽 성자로 살겠다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시작한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202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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