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서 교무
김인서 교무

 Q.  결혼하면 당연히 출가외인이 된다고 했던가요?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건 너무 좋은데 원래 계시던 제 가족을 등한시하게 되는 거 같아 죄책감이 들 때가 있네요. 친정과 시댁 모두 똑같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들이지만 자꾸만 마음에 차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A.  섬세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지는 질문입니다. 많은 며느리들이 시댁을 챙겨야 하는 의무감으로 경계에 부딪히는데 질문하신 정토님은 시댁을 잘 챙기다 보니 친정에 소홀한 것으로 죄책감을 가지고 계시군요. 질문만 보아도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정토입니다.

정산종사께서는 “복 중에는 인연 복이 제일이요 인연 중에는 불연(佛緣)이 제일이니라. 오복의 뿌리는 인연 복이니 부지런히 선근자와 친근하라”며 인연의 중요함을 말씀하셨습니다. 

주변의 사람을 관찰해보면 인간관계에 대해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마음이 예쁘면서 표현도 잘하는 사람, 둘째 마음은 예쁘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 셋째는 마음은 예쁘지는 않으나 표현은 착하게 잘하는 사람, 넷째 마음도 예쁘지 않고 표현도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마지막 사람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해 보는 사람은 몇 번째일까요? 네 맞습니다. 두 번째 사람은 인생을 손해 보며 살고 있습니다. 마음은 예쁘지만 표현을 잘하지 못하면 상대가 그 마음을 알아챌 수 없습니다. 마음을 알아주는 상대를 만나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다면 관계가 서운해질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어려운 일을 첫 번째 부류의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많은 덕을 보리라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살아야 할 모습은 첫 번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도 잘 챙기고 표현도 잘해서 인생에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를 차린다는 것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나 물질로 보답하거나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표현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잘 키운 자녀를 성직자와 결혼시킨 친정 부모님의 결심은 일반 부모와 다릅니다. 시집 간 딸이 어려운 처지에 놓일까 걱정과 고민, 그리고 염려가 적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럼에도 결혼을 허락한 것은 진리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한다면 큰 챙김이 아니어도 정산종사님께서 말씀하신 “부지런히”에 초점을 두고 친근함을 표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딸이자 며느리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반송교당

[202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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