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교무
장진수 교무

[원불교신문=장진수 교무] 불법연구회 창립과정에서 중대한 전환점의 하나는 원기4년(1919) 음력 10월 6일 이뤄진 ‘불법에 대한 선언’이다. 

<불법연구회창건사>(이하 창건사)를 보면, 소태산 대종사는 “우리가 배우는 것도 부처님의 도덕이요, 후진을 잘 가르치자는 것도 부처님의 도덕”이라 하고, “먼저 이 불법의 대의를 연구하여 생로병사와 인과보응의 이치를 자각하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오직 인심의 추향(趨向, 대세를 쫓아감)에 따라서 순서 없는 교화로써 한갓 발심신앙에만 주력했거니와 이제 그 근본적 진리를 발견하고 참다운 공부를 성취하여 일체중생의 복혜양로를 인도하기로 할진대 부득이 이 불법을 주인 삼지 않을 수 없으며”라고 했다. 이는 불법을 주체로 한 정법회상을 열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장차 불교가 ‘조선의 주교’는 물론 ‘세계의 주교’가 될 것이라 불법의 밝은 미래를 예견했다. “그러나 미래에 돌아오는 불법은 재래에 지켜오던 불법의 제도가 아니라 사농공상을 여의지 아니하고, 재세출세(在世出世)를 물론하고 일반적으로 공부하는 불법이 될 것이며, 부처를 숭배하는 것도 한갓 개별적 등상불(等像佛)에만 귀의할 것이 아니라 우주 만물 허공을 다 부처로 알게 되므로 일과 공부가 따로 있지 아니하고 세상일을 잘 알아 잘 행하면 그것이 곧 불법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요, 공부를 잘하면 세상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며, 불공하는 법도 불공할 처소와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불공자의 일과 원을 따라 그 불공할 처소와 부처가 갈리게 되나니, 이리된다면 법당과 부처가 없는 곳이 없게 되며 부처의 은혜가 화피초목(化被草木) 뇌급만방(賴及萬方)이 되어 상상하지 못할 이상의 천국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즉 미래의 불법은 ‘재가와 출가가 누구나 공부하는 불법, 모두를 부처로 아는 불법, 일과 공부가 둘이 아닌 불법, 불공자의 일과 원에 따라 불공의 처소와 부처가 정해지는 불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불법에 대한 선언과 함께 변산으로 법장을 옮긴 소태산 대종사는 이듬해(원기5년) 4월 사은사요, 삼강령팔조목(이후 삼학팔조)의 교강(敎綱)을 발표했다. 이후 모든 신자의 교화방식으로 먼저 이 교강 이해에 주력했다. 

<창건사> 주석에서도 소태산 대종사의 교화순서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병진년은 어떠한 법을 인용하든지 오직 발심으로 교화의 주체를 삼으셨고, 정사(1917), 무오(1818), 기미(1919)는 신성, 단결, 공심 등으로 교화의 주체를 삼으셨고, 경신년(1920) 춘하 간은 성리설과 입정설을 많이 말씀하셨고, 경신년 추동 이후로는 신제교강(新制敎綱)으로 교화의 주체를 삼으시었다.”

또한 이 시기, 각지 신도 증가에 따른 단법(團法)의 시험과 <수양연구요론>, <조선불교혁신론> 등 새로 초안된 교과서에 의한 예비훈련 등으로 모든 신자의 정법에 대한 이해가 한층 진보했다.

[2024년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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