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음식점에서 음료를 시킬 때 신인류는 요즘 이렇게 말한다. “제로(0)로 주세요.”

요즘 대한민국 신인류는 ‘제로 열풍’에 빠졌다. 이는 MZ세대가 지향하는 ‘헬시 플레저’의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새 바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헬시 플레저라는 말은 무엇인가. 형광펜으로 밑줄 칠 준비하고 해석해 보자. 영어로 건강을 뜻하는 헬시(Health)와 기쁨을 뜻하는 플레저(Pleasure)가 합쳐진 말이며, ‘즐겁게 건강을 지킨다’는 의미다. ‘아니 창창한 사람들이 건강생각을 벌써부터…’라고 생각했다면 신인류 잡학사전 ‘정독’이 필요하겠다.

‘건강관리는 곧 고통’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신인류가 지향하는 헬시 플레저의 핵심은 놀이처럼 즐거운 운동을 찾고 몸에 좋은데 칼로리는 낮은 음식을 먹는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다. 이들에게 건강관리는 단순히 내 몸을 관리하는 개념을 넘어 장기적 성장을 위한 자기개발의 일환이다. 

헬시 플레저 인류에게는 정신건강이 중요한 화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MZ세대의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 행태조사>에 따르면 멘탈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응답자는 70.9%로, 압도적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 일명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2021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치유(힐링)’이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피로나 스트레스 관리는 MZ세대가 주목하는 소비 동향이 됐다. 

이때 가장 주목받았던 활동 중 하나가 멍때리기다. 뭐든 ‘멍’하게 볼 수 있는 것의 뒤에는 ‘멍’자가 필수로 붙어 불멍, 물멍과 같은 트렌드를 만들었다. 또한 헬시 플레저의 인상적인 포인트는 우울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창구를 갖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유명인, 즉 ‘인플루언서’라 하면 화려한 사람이어야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둡고 힘든 경험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에서 7만명이 넘는 팬을 보유한 ‘헬퀸’이 있다. 그는 SNS를 통해 과거 과체중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노출하고, 굶기만하는 다이어트 경험을 바탕으로 ‘행복하지 않았던 나’를 고백한다. 그리고 지금은 행복하게 다이어트하는 영상을 매일 올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댓글로 비슷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 공감하고, ‘행복한 꿀팁’을 얻어간다. 

이처럼 정신적인 문제와 고민을 솔직히 공유하는 것은 요즘 세대의 또 다른 멘탈관리법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잠깐, 이쯤 되면 모두 눈치 챘겠지만 신인류가 열광하는 ‘멘탈관리’나 ‘정신건강 챙기기’는 원불교의 주특기 아닌가. 우리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높이는 ‘헬시 플래저’를 탐구하며 ‘마인드 플래저’까지 겨냥할 수 있다.

[2024년 1월 3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