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개국공신이자 500여 명 직원 아우르는 식품업계 경영자로
김홍준 전 제일제당 고문 스승삼아 걸어온 20년 원불교 인생
“감사는 매일 마주치는 산란한 경계 이겨내게 하는 힘”

강용성 미푸드시스템 부사장
강용성 미푸드시스템 부사장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스승은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로 나온 한 청년. 그는 ‘세상의 스승’을 그때 만났다.

누구에게나 항상 귀감이 되고 모범이 되었던 스승. 그는 청년에게 “나에게도 스승이 있다”고 말했다. 스승님의 스승은 다름 아닌 ‘원불교’였다. 어느날 “자네도 원불교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떻겠나”는 질문이 왔다. 청년은 두 마음없이 “네 그러겠습니다”고 답했다. 어느덧 30여 년이 지난 과거 속 익산성지에서 스승인 故 래산 김홍준 전 제일제당 고문(법명 경원)과 청년이었던 강용성 미푸드시스템 부사장(법명 준규, 경장교당)이 나눈 이야기 한 조각이다.   

시간이 흘러 원불교가 100주년을 맞이했을 때, 강 부사장은 아직 세상을 모르는 신입사원을 데리고 원불교백주년기념대회장을 찾았다. 그리고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원불교를 다녀보겠나”라고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그 사원은 과거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네, 그러겠습니다”는 답을 해왔다. 어디선가 스승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실현된 약속
대학교를 졸업하고 강 부사장은 제일제당(현 CJ)에 입사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스승인 김 고문을 만났다. “회사 인연으로 만났지만 인생에 기억나는 스승이죠.” 당시 제일제당 익산지점장이던 그는 김 고문이 익산에 오는 날이면 그를 수행하는 일을 맡았고, 늘 함께 원불교 익산성지를 찾았다. 그렇게 어느날은 대산종사를 만났고, 또 어느날은 좌산상사를 만났고 자연스럽게 차츰차츰 원불교와 정을 쌓았다. 그러다 평소처럼 수행  중인 그에게 “자네도 원불교에 입교해 보겠나?”라는 질문이 왔다. 이후 두 말없이 “예 그러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온 건 원불교를 다니면 스승처럼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후 결혼하고 어린 자녀를 키우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일요일 하루 교당가는 게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러나 스승은 그 모든 것을 헤아려주는 ‘어른’이었다. 교당을 잘 못간다는 죄책감에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그를 보며 스승은 “안다. 지금은 생계가 먼저인 게 맞다” 하더니 “하지만 때가 되면, 꼭 그때는 열심히 하소”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네, 그러겠습니다”하고 약속을 했다.

500여 명의 직원을 아우르는 어른의 위치에 오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 속에 살면서도 교당 일이라면 새벽이든, 주말이든 늘 교당으로 나선다. 돌아보니 어느덧 자신도 스승처럼 원불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일상’이 돼있었다. 스승과의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기저에 깔린 원불교 정신
사회변화가 두루 일어난 와중에 ‘방송계의 개벽’으로 떠오른 게 있었다. 바로 CJ E&M에서 개국한 tvN이다. 강 부사장은 tvN 채널의 개국공신이다. “3년 안에 지상파와 공중파가 뒤바뀐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방송이 어디 자신감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던가. 제일제당이라는 식품업과 방송업은 전혀 다른 차원임을 알고 있었다. 해서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일을 처음부터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가장 먼저 챙겼다. 

“방송일을 하다 보니 겉으로는 화려해보이는 피디나 작가들이 실상은 참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그는 PD들이 올리는 안건의 예산이 크더라도 거절 없이 결재를 해줬다. 그러다 보니 물론 경영진들의 거센 반대도 따랐지만 그는 ‘밤새워 방송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결국 피디들’이라고 굳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케이블 방송 최초 공중파 시청률 역전’이라는 신기록으로 증명됐다. 그는 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방송작가들은 방송국에 소속되지 못한 채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10시간 넘게 일해도 제대로된 휴게 공간을 제공받지 못했다. “아들과 딸이 좋은 회사 들어갔다고 부모님들이 참 좋아하셨을텐데 내 자식들이 그렇게 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측은하더라고요.” 강 부사장은 그들을 위한 숙소를 생각했고 일을 할 때마다 그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들였다.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일종의 ‘책임감’같은 것이었다. 

그 덕분일까. 피디와 작가를 포함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tvN은 ‘가고 싶은 회사’가 됐다. 지금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강 부사장에게 여전히 원불교 정신은 기저에 남아있다.

매일 찾는 감사거리
그는 매일 수첩을 들고 다닌다. ‘자리이타, 유지경성’이라는 새해 목표가 적힌 수첩에는 매일매일 하루의 감사거리가 적힌다. 그리고 이는 이제 오래된 습관처럼 어디를 가도 빠뜨리지 않는 일과가 됐다. 과거 한 날, 교무님에게 들은 “거창한 것에만 감사하지 말고, 감사거리 찾는 것을 어려워도 말라”는 말이 시작이었다. 벌써 햇수로 10년 째다. 식품업에 종사하며 400명 넘는 직원을 아울러야 하는 위치에 있는 강 부사장에게 감사는, ‘매일 마주치는 산란한 경계를 이겨내는 힘’이다. “일을 하다 보면 항시 좋고 나쁘고 요동해요. 하지만 그 경계를 푸는 건 결국 마음공부인 것 같아요.” 

그를 보면서 원불교를 모르던 직원들이 원불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어떤 직원은 그를 따라 교당에 다니다가 청운회장도 됐다. “내가 좋은 게 남에게도 좋고, 나를 이롭게 하는 게 남을 이롭게 하는 것, 저는 이게 교화고 원불교 회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강 부사장은 “개벽된 지금 세상이야말로 마음공부를 하기 제일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라디오를 틀면 원음방송으로 우리 법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스마트폰이 있어 어디서든 법문을 읽을 수 있는 개벽된 세상. 전 세계 어디서나 원불교를 찾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냐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기억 속 스승을 따라 공부길을 오롯이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2024년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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