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서 교무
김인서 교무

 Q.   학부모로서 다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보면 우리 아이도 좋은 학원 보내고 비싸고 좋은 신발, 패딩도 사주고 싶은데  마음과는 달리 형편에는 제약이 있네요. 자꾸 옆집하고 비교하지 말라고 하는데 비교하고 위축되는 나 자신, 우리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A.   부모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요? 돈이 부족하면 많은 제약이 생깁니다. 자녀에게 베풀 것을 물질로만 본다면 끝이 없습니다. 만약 넉넉해서 좋은 학원에 보내고, 비싼 패딩을 입힌다고 고민이 해결될까요? 현대 사회에서 많은 부모는 풍요로운 물질로 아이들을 양육하려고 합니다. 맞벌이로 인한 부모의 빈자리를 물질로 바꿔 위안을 삼습니다.

며칠 전 스마트폰 사진저장 기능이 실행돼 9년 전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가족사진 속 아이들은 겨울 패딩을 입었고 서로 부둥켜안고 순수하게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는 제 마음은 짠했습니다. 아이들이 입은 패딩은 아주 비싼 옷은 아니지만 나름 유행했던 브랜드와 디자인이었는데, 아마 그 당시 힘들었던 살림살이가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옛날 조상들의 삶을 떠올려봅니다. 색동옷을 입은 부잣집 아이도 있었고 뻣뻣한 무명옷을 입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좋은 옷을 입히지 못해 속상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슬픔과 원망만 있었을까요. 색동옷을 입히진 못했지만, 겨울철 얼음을 깨고서라도 옷을 빨고 풀을 먹이고 다림질하여 입힌 부모도 있었습니다. 그 속에 무엇이 있기에 아름다움이 느껴질까요?

우리가 놓치는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정성’입니다. 그 어떤 물질보다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정성으로 이뤄진 모든 행위는 유행을 넘어섭니다. ‘정성’은 인과의 이치가 소소영령하게 드러납니다. 정성으로 입힌 옷은 9년 전 유행했던 패딩보다 부모의 마음을 더 위로해주며 편안하게 해줄 것입니다.

정성의 사전적 의미는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입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작품의 완성도가 아니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그려나가는 모습에 부모들은 감동합니다. 진리도 마찬가지로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감응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지극한 정성으로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라면서 “곧 천지로 더불어 그 덕을 합하여 모든 일이 다 그 마음을 따라 성공이 될 것이다”고 법문하셨습니다. 또한 정산종사께서도 “오직 의무로써 정성과 사랑을 다 하라” 하셨습니다. 정성과 사랑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뤄가길 바랍니다.

/반송교당

[2024년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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