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흔히 쓰이는 서식지라는 말의 ‘서(棲)’는 나무에 새가 앉을 때 붙잡는 가지란 뜻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서식지는 터전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됐는데, 이때 새는 절대 나무를 ‘세게’ 움켜쥐지 않는다. 나무에 ‘깃들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를 터전으로 삼고 산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를 ‘세게’ 움켜쥔 채로 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지구 나이로 치면 ‘눈 깜짝할 새에’ 빙하기까지 이겨낸 지구가 어느덧 폐허의 위험수위까지 밀려나버렸다. 

어떻게 하면 슬기롭고 건강하게 지구를 ‘살살’ 쥐고, 깃들어 살 수 있을까? ‘씀’은 슬기롭게, 또한 건강하게 지구를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한 자락’이다.
 

니시센코에서 판매하는 캠핑 착화탄 ‘이마바리 먼지’.
니시센코에서 판매하는 캠핑 착화탄 ‘이마바리 먼지’.

소비만큼 중요한 것은 결국 ‘배출’이다. 그리고 배출은 또 다른 생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생긴 친환경적 방법이 ‘업사이클링’이다. 최근 버려지거나 방치될 자원이 ‘힙’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사이클 브랜드 중 세계적으로 대표되는 브랜드로 ‘프라이탁’이 있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천막, 폐차된 자동차의 안전벨트, 방수포 등을 패셔너블한 가방으로 만드는 브랜드다. 버려진 제품을 재활용하기에 똑같은 제품이 없다는 게 매력포인트. 

외국에 프라이탁이 있다면 한국에는 ‘부라이탁’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 여름한철 쓰고 방치된 파라솔을 재활용하여 만든 가방을 일컫는다.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회사 하이브는 브랜드 누깍과 협업해 공연장에서 한번 사용되고 폐기되는 현수막으로 지갑,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압도적 숫자의 팬덤을 움직일 수 있는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자연적인 선순환에 큰 효과가 기대된다. 이밖에 안 쓰는 색조 화장품을 물감으로(소셜벤처 슬록), 기내에서 금세 버려지는 기내담요를 안전모로(대한항공) 업사이클링 하는 순 사례가 늘고 있다. 
 

(왼쪽부터) 에코언니야의 선풍기 커버, 터치포굿의 현수막 화분 커버·가방, 어스맨 팔찌.(사진 출처=여성신문)
(왼쪽부터) 에코언니야의 선풍기 커버, 터치포굿의 현수막 화분 커버·가방, 어스맨 팔찌.(사진 출처=여성신문)

업사이클링의 대표적인 특징은 ‘원래 있던 제품의 성질을 두고 새로운 목적으로의 탈바꿈’이다. MZ세대에게 핫하게 떠오르는 레저인 캠핑에서의 꽃은 불멍이나 바비큐인데, 이때 캠핑용 발화제가 꼭 필요하다. 그중 캠핑족에게 사랑받는 캠핑 착화탄 회사 니시센코는 신박한 업사이클링 탑3에 든다. 니시센코는 본래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염색업체이며 일본에서 수건을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도시 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위치해있다. 이들에게는 평소 큰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수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건조할 때 필터에 달라붙는 솜뭉치였다. 이 솜뭉치는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이었다. 그런데 공장의 상품개발부장이 솜이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이용해 점화제를 떠올렸고, 캠핑용 발화제로 재탄생 시켰다. 

이와같이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궁리’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창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환경을 위한 활동에 보람을 얻게 한다. 이때 기억해야할 점은 비단 ‘환경만을 위한’ 당위성보다 ‘환경도 위하고 제품에 대한 가치도 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종이 한 장과 도막 연필 하나며 소소한 노끈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셨다. 똑똑한 종교인 원불교는 업사이클이 핫한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이미 ‘되살림, 다시 살림’ 운동을 이어왔다. 사축이재 이후 버려질 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에코백이나, 다 쓴 양파 망을 활용해 만든 수세미, 병뚜껑 여러개를 빻아 만든 비누받침 등은 모두가 천지를 보은하자는 가르침을 본받은 슬기롭고 건강한 ‘씀’이다.
 

법회 때 사용하고 남은 양초를 모아 녹이면 윤활제가 된다. 이것으로 눈을 퍼담는 삽이나 차 사이드 미러 등을 코팅하면 눈이 들러붙지 않아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또한 뻑뻑해진 지퍼나 서랍 등에도 문지르면 매끄럽게 코팅 마감을 할 수 있다는 깨알같은 사실!

[2024년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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