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이우진 부부교도.
최성원·이우진 부부교도.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그날 아침, 최성원 교도의 얼굴이 유독 어두웠다. 이를 알아챈 정법일 교무가 자초지종을 물었고, 그는 아침에 아내에게 했던 ‘충격요법’을 털어놓았다. 새벽에 시댁 일로 나간 아내가 남편 아침상에 올릴 굴비를 굽기 위해 오븐의 예약기능을 사용했던 게 화근. 기능이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굴비는 새까맣게 타버렸고, 이를 그냥 넘길 최 교도가 아니었다. 아내가 요리를 태운 적이 한 두번 아니라는 생각까지 더해져, 그는 오븐이며 그릇을 모두 엎어놓고 나왔다. 그가 말한 ‘충격요법’의 전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정 교무와의 문답감정, 그가 놀랍게 변한 건 이날 이후부터였다.

그의 아내, 이우진 교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보험회사에 다녀서 전주로 출퇴근을 해요. 남편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마감일에도 퇴근이나 약속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절대 이해를 못하고 화를 냈어요. 전주에서 집까지 차를 몰고 오는 내내 가슴이 뛰었으니까요. 항상 가시밭길을 걸었어요.” 

참고 견디며 울기도 여러 번, ‘불행하다’는 생각에 자녀와 교무에게만 속내를 보였다는 이 교도. 그러나 남편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무님과의 문답감정 이후 ‘이제부터 절대 화 안 내겠다’고 선언했어요. 새로운 자세로 마음공부를 시작하니 모든 것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죠. 집안에 일원상을 봉안한 이후부터는 <원불교전서>를 곁에 두고 경전 공부와 조석심고, 일원상서원문과 반야심경 독송도 틈나는 데로 했어요.” 최 교도의 신심이 나날이 깊어졌고, 그만큼 변화는 놀라웠다.

최 교도의 변화를 아내 이 교도는 자녀들에게 수시로 알렸다. 예전 같으면 난리가 났을 일도, 엄마가 잘못했다 싶은 일도, ‘부처님은 화 안 낸다’며 상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최 교도의 모습을 아들딸은 오히려 신기해했다. 4년여 동안 부모의 변화를 지켜본 자녀들은 지난해 엄마의 생일 모임에서 큰 선물을 안겼다. 아들(최은관), 며느리(유지혜), 딸(최은경), 사위(송은수), 손자녀(최서연, 송도진, 송도영)가 입교를 결정한 것이다.

“아버지가 원불교 교리를 받아들이시면서 이해의 폭이 한없이 넓어지셨고, 행복해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원불교에 다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딸(최은경 교도)은 “부모님 덕분에 발을 들인 원불교에서 마음공부와 가족을 위한 기도를 열심히 해보겠다”는 입교 감상을 전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하다”는 아내를 바라보는 최 교도의 얼굴에도 행복이 가득하다. 

[2024년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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