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윤덕균

일원 80상(천국열쇠 상): 바티칸 광장이 일원상의 모습을 갖는 이유는?

바티칸 시국을 방문해 본 원불교 교도들은 바티칸 시국을 일원의 도시로 착각하기 쉽다. 

바티칸 시국의 영토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권국으로 한국의 경복궁(0.46㎢: 14만평)보다 조금 작은 0.44㎢(13만평)에 불과하다. 바티칸 시국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 사도 궁전과 시스티나 경당 그리고 바티칸 미술관 등의 건물들이 포함된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326년 성 베드로의 무덤 위에 최초의 성당인 옛 성 베드로 대성전이 지어졌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 형태의 지붕 ‘쿠폴라’에서 성당 내부를 바라보면 베드로 성당은 원형 예술의 극치를 실감한다. 성당 내부의 성 베드로 사도좌(使徒座)에 성령의 표시가 원불교도의 눈에는 일원상으로만 보인다. 사도좌는 전 세계 그리스도교에 대한 법률적, 사목적 최고 권위를 지닌 교황의 직위를 뜻한다.
 

바티칸 시국에서 일원의 도시임을 제일 실감하는 것은 성 베드로 광장이다. 광장은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바로 앞에 조성된 광장으로 최대 3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성 베드로 광장의 설계자는 잔 로렌초 베르니니이다. 베르니니는 성 베드로 대성전을 설계하면서, 가톨릭교회가 그곳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있다는 뜻을 전하고자 했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성 베드로 대성전의 원형 돔을 머리로 두고, 반원형의 회랑 두 개를 팔로 묘사함으로써 성 베드로 대성전이 두 팔을 벌려 사람들을 모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것이 원불교 교도의 눈에는 일원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성 베드로 대성당의 쿠폴라(원형 돔)에서 광장을 보면 천국열쇠의 모양이 나타난다. 베드로는 잘 알려진 대로 예수의 수제자다. 그래서 하느님은 베드로에게 천국열쇠를 주었다.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다. 나는 너에게 천국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오복음 16:17~19) 이것이 초대 교황 베드로의 그림이나 석상에 열쇠가 등장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성 베드로 광장은 천국의 열쇠 모양으로 설계됐다. 열쇠 머리 부분에 속하는 광장이 일원상이다. 또 일원상은 천국의 문을 열려면 열쇠를 돌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4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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