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교무 
이정식 교무 

[원불교신문=이정식 교무] 우리 회상이 교단 제4대에 진입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회상의 대수를 매대 36년으로 정하셨다. 각 대수마다 교단의 종합발전계획을 담아 교단의 나아갈 길, 해야 할 과제를 계획하고 추진했다. 

지난 3대까지의 108년이라는 시간 속에 교단은 양과 규모면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선진들의 혈심과 희생으로 이뤄낸 시기였다. 

교단 제4대 설계는 다섯 분야의 핵심과제를 도출했다. 올해 말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설계안의 수정 및 보완 작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설계는 교단 미래의 청사진이다. 교단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지속 가능한 교단으로 전환하는 밑그림이다. 국가적으로 인구감소, 급격한 노령화, 인공지능(AI)시대 도래, 지구환경위기, 탈종교현상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4대 설계는 교단의 내적성장을 이루고 반석에 올려놓을 절호의 기회이며 중차대한 과업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이 4대 36년(109~144년) 중 제1회 12년이 가장 중요하고 그 중 초기 6년간 진행의 질과 속도를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지난 3대 36년간의 교단 설계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면 기대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음이 자명하다. 교화, 교육, 자선 3방면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교단행정의 고질병은 책임행정의 상실, 정책계승의 부재, 부족한 예산책정에 있다고 본다. 

교정원의 정책은 3년 단위로 만들어지고 새 교정팀이 들어서면 정책이 계승되지 못하고 있으니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여기에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참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전대의 일들이 4대 설계에서는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설계가 잘 추진되려면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정책을 추진하는 행정은 법에 바탕한 시스템으로 가동되어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적 추진이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 책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대중들의 절대적 지지와 합력은 필수요건이다. 교단 4대 설계 36년간은 교단의 흥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차대한 시기다.
 

교단 제4대는 
교조정신의 계승과 발전, 
새로운 교단으로의 
전환의 시간

현대종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과학과 지성, 현대문명의 발달이 종교의 절대적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석학 유발 하라리가 <호모데우스>에서 설파했듯이 과학이 신비와 미지의 영역을 하나둘 해체하고, 과거엔 신의 영역으로 규정했던 생명창조까지 인간이 넘보는 세상이다. 세상의 변화와 인류의 삶에 대한 종교계의 깊은 성찰과 개혁, 대안제시가 없다면 위기를 재촉할 뿐이다. 

종교의 암울한 현실속에서 이미 교단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교도의 급격한 노령화, 특히 젊은 층 교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더 심각한 점은 교단 구성원 간 신의에 균열이 생기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발전의 동인은 환경이나 자원, 인종이 아니라 정신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도, 교단도 가치의 핵심은 정신에 있다. 정신이 무너지면 아무리 물질적인 여건이 좋아져도 파국을 막을 수 없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도가의 명맥(命脈)은 시설이나 재물에 있지 아니하고, 법의 혜명(慧命)을 받아 전하는 데에 있나니라”고 하셨다. 설계의 근본은 법의 혜명을 전하는 우리의 정신을 개벽하는 일이다. 

36년이라는 시간 퍼즐을 우리는 어떻게 짜 맞출 것인가? 교단 제4대는 교조정신의 계승과 발전, 새로운 교단으로의 전환의 시간이다. 재가출가 전 교도의 단합된 마음으로 세계교화를 이루고, 자비교단으로 대전환을 이루는 4대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안성교당

[2024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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