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호 교무
박지호 교무

[원불교신문=박지호 교무] 새해가 되면 늘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성과나, 건강, 경제적인 계획 등의 목표들이 늘 빠지지 않지만 대부분 목표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한 해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의 DNA가 시키는대로 지난해와 같은, 비슷한 목표를 적고 있죠. 돌이켜 보면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매년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잘하기 위해서,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주말에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마저도 ‘나 잘 지내고 있어, 잘 살고 있어’를 주변에 알리기 위해서 우리는 쉬는 것조차 치열하게 합니다. 그로 인해 얻은 행복도 있지만, 정작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하고, 눈 떠보면 또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이란 세상에 태어나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오늘을 살아내는 존재 같습니다.

원기109년 전산종법사께서는 ‘우리 모두 개벽성자로 삽시다’라는 신년법문을 내려주셨습니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우리, 그동안은 앞만 보고 뛰어왔다면 이번에는 방향을 틀어봅시다. 불필요한 소비와 자극적인 것들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개벽성자로 삽시다.”

이 말을 보고 ‘내가 무슨 성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미 개벽 성자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밝혀주신 일원상 진리의 참뜻은 부처의 성품이나 중생의 성품이나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하나를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미혹한 생각과 여러 가지 감정들에 끌려 그것들이 습관이 되었기에 우리는 아직 성자라는 옷이 버겁기만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은 ‘수행이란 일상이며, 일상의 삶 그대로가 수행’이라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사람이 세상에 나면 누구든 인생을 피할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 경계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고, 매 순간마다 경계로부터 자유롭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방법이 바로 일상 수행의 요법에 있습니다.

일상 수행의 요법은 평범한 일상에서 일원상의 진리를 깨달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 혜, 계를 세우자.’ 심지는 마음 땅, 마음 바탕입니다. 우리는 모두 마음 바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마음 바탕을 비유하자면 둥근 마음입니다.

일상 수행의 요법 1, 2, 3조를 실천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그 마음 바탕, 둥근 마음을 챙겨보고 그 둥근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일상 수행의 요법 실천을 통해 
둥근 마음의 개벽성자로 살아갑시다.

정연복 시인은 ‘세모’라는 시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들/ 세모같이 앙칼진 마음으로 지낸날들이 많다/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제는 올해와 작별 인사를 해야할 때/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시간들 강물처럼 흘려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동그라미의 마음으로 살자

시인은 미운 정, 고운 정, 어떠한 마음도 물들지 않은 바탕인 마음, 디폴트(Default, 기본) 마음, 동그라미 마음으로 살자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어느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고, 끌려가지 않고, 중심이 있으면서,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에 표준되어 살아가는 마음’, ‘심지는 원래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이 없는 마음’, ‘없다는 것도 없는 그 마음’, 둥근 마음으로 살아봅시다. 어느 곳에 가도 누구를 만나도 잘 화합하고 어울리는 둥근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맞이합시다. 

그럼 언제 실천할까요? 우리 모두 소태산 대종사께서 밝혀주신 진리를 떠나지 않고 살아갑니다. 진리는 불생불멸이라 시간과 공간이 끊어진 절대 자리의 속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진리 안에서 나고 죽고 하며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번 생, 다음 생 하며 한 생, 한 생 살아갑니다. 죽어서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어서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는데, 갈 데는 없습니다. 갈 데가 없으니 우리가 온 데도 없습니다. 오고 감이 없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육신도 생로병사의 이치 따라 잠시 사라지고 바뀌는 것이지 우리 본래 마음은 간 곳도 없고 온 곳도 없습니다.

지금 현재 여기가 ‘불생불멸의 자리’입니다. 지금 이순간, 지금 이곳이 불생불멸의 자리입니다. 삶의 주체는 바로 ‘불생불멸의 자리를 아는 나’ 입니다. 이 순간에 내가 내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누구한테 이리 끌리고 저리 끌려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금,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이 자리가, 이 순간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전산종법사께서도 “일상 수행의 요법이 실현되는 그 순간이 바로 정신개벽이 이뤄지는 때이며, 그 순간에 우리는 개벽 성자”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경전은 마음으로 읽어야 진정한 경전이 됩니다. 경계를 대할 때마다 마음으로 깊이 살펴 그 법문이 법문으로 살아나게 하고, 실제 경계를 뚫고 나가는 힘을 갖추는 우리 교도님들. 원불교 교도님들의 실천과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 모두 둥근 마음의 개벽성자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강남교당

[2024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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